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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집 빨간 입간판까지 실어 온 민속박물관장 "이야기만 되면 뭐든 기증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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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터뷰]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 관장

“이런 것도 기증됩니다”…민속의 경계를 넓히다
외국인 관람객 1위, ‘한국인의 일생’ 통했다
기증 문화·북한 민속까지, 민속박물관의 확장
‘현장을 누비는 관장’이 그리는 민속의 미래

"이런 게 기증이 되나요?"

일상의 작은 흔적도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중하게 간직합니다.

"네, 됩니다.!"


도장집 빨간 입간판까지 실어 온 민속박물관장 "이야기만 되면 뭐든 기증받습니다" 장 관장은 학예사들의 유튜브 활동과 출판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최근 학예사가 출간한 책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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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의 명함 뒷면에 적힌 문구다. 장 관장은 2024년 부임 이후 '기증 문화 활성화'를 위한 자체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 문장을 명함에 새겨왔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박물관은 값비싼 오래된 유물만 모으는 곳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며 "하지만 황룡사지 수막새와 재개발을 앞둔 1970년대 주택의 기와는 역사적 가치의 결이 다를 뿐, 우열을 따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 관장은 '현장을 누비는 관장'으로 알려져 있다. 카투사 복무 시절 입었던 군복을 직접 기증했고, 재개발 지역 도장 가게의 붉은색 입간판(약 1m)을 주인의 동의를 얻어 직접 실어 오기도 했다. 그는 "때를 놓치면 사라진다"며 "지난해 커피 전시를 준비하며 1980년대 자판기를 찾았지만 끝내 구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사연과 맥락이 있으면 대부분 기증이 가능합니다. 구찌 숄이나 여우 목도리 같은 명품도 한 시대 한국인의 로망을 보여주는 물건이라면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민속박물관은 서민들의 생활과 감정을 담은 물건을 적극 수집하고 있다. 그는 "서민의 삶을 보여주는 물건으로 연탄만 한 것이 없어 직접 수집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장집 빨간 입간판까지 실어 온 민속박물관장 "이야기만 되면 뭐든 기증받습니다" 근대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옥외 전시장 7080 추억의 거리.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관람객 반응도 뜨겁다.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 누적 관람객은 228만명을 넘었고, 이 중 외국인이 138만명으로 국내 박물관 중 외국인 비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인의 일생'을 다룬 상설전은 외국인 관람객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장 관장은 "프랑스나 미국에서도 개인의 일대기를 체계적으로 다룬 전시는 드물다"며 "1993년부터 축적한 결과물로, 할아버지가 손주의 손을 잡고 설명해 줄 수 있는 전시"라고 했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가 일정한 이해를 요구한다면 민속박물관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굿즈 전략도 강화된다. 현재 뮤지엄숍은 올해 안으로 규모를 두 배로 확장하고 '민속박물관다운' 정체성을 담은 맞춤형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기획 중인 전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 관련 특별전이다. 민속박물관은 올해 가을 북한 특별전을 개최하고, 2030년을 목표로 파주관에 북한민속관을 설치한다. 장 관장은 "북한 민속을 다룬 특별전도, 상설 전시관도 모두 처음"이라며 "민족 문화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박물관이 소장한 북한 관련 유물은 1500여 점에 달한다.


"실향민 구술 조사가 더 일찍 이뤄지지 못한 점이 늘 아쉽습니다. 막연히 통일을 말하기보다 기록을 충실히 남기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인식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도장집 빨간 입간판까지 실어 온 민속박물관장 "이야기만 되면 뭐든 기증받습니다" 지난 7일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장상훈 관장이 어릴적 어머니와 민속박물관을 찾았던 기록물을 소개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민속박물관은 국가유산청의 '경복궁 중건 원형 복원 계획'에 따라 2031년까지 세종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다만 서울관의 향후 활용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박물관 건축물이 지어진 지 50년이 넘어 근대문화유산에 해당해 철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 관장은 "현재 위치의 전략적 가치를 국가유산청도 인지하고 있다"며 "하나의 역사적 공간에 시간의 층위를 남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세종 신관에 대해 그는 "세계 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이해 깊이를 보여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상호 이해를 통해 동질성과 고유성을 동시에 확인하는 공간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무역 국가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물건만 팔고 그 사회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오랜 이해와 존중이 쌓여야 문화적 리더십이 생깁니다."

이를 위해 12월 서울에서 관련 전시가 먼저 열린다. 장 관장은 "앞으로 5년은 2031년 세종 이전을 준비하는 테스트베드의 시간"이라고 전했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각국 문화원을 초청해 각 나라의 놀이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큰 호응을 얻어 정례 행사로 추진될 예정이다.


내년 말 정년을 앞둔 장 관장은 박물관의 장기적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파주관은 개방형 수장고와 북한 민속 공간, 서울관은 한국인의 일생, 세종은 세계 문화, 여기에 영남관·호남관이 더해져 지역 문화를 아우르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는 "고고학 중심의 박물관만 늘어나는 것은 동어반복"이라며 "다른 관점을 가진 박물관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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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이 바뀌면 기조도 변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직원들도 이런 방향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쉽게 바뀌지 않을 겁니다. 민속을 무시하지 마세요."


도장집 빨간 입간판까지 실어 온 민속박물관장 "이야기만 되면 뭐든 기증받습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의 명함 뒷면에는 기증을 당부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서믿음 기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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