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도크 늘리고 원격 작업 체계 구상
WSJ, 한화디펜스USA 대표 발언 인용 보도
美 추가 조선소 인수 검토…생산 확장 의지
한화가 미국 내 조선소 추가 인수를 포함한 생산 능력 확장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이미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의 독이 수주 물량으로 빠르게 채워지면서 추가 수주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 확보가 필요해졌다는 판단이다. 한화오션은 용접 로봇과 자이로 리모컨을 활용해 한국에서 미국 조선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 생산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미국에서 생산 공간을 늘리는 동시에 작업 방식을 바꾸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한국 조선소에서 활용 중인 로봇 등 현대적 제조 방식을 미국 현지에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에서 축적된 숙련공의 노하우를 미국 현장에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한화오션은 한화로보틱스와 협력해 자이로 리모컨을 활용한 협동로봇 기반 원격 작업 체계도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이로 리모컨은 회전 각을 감지해서 방향을 측정하는 리모컨을 가리킨다. 이렇게 되면 한국 숙련공이 미국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화면을 보고 공정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용접 로봇을 활용하면 한국 컨트롤타워에서 작업자가 조작하고 미국 현장 로봇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WSJ는 한화가 필리조선소 인근에 있는 미사용 또는 저활용 독에 대한 접근 방안을 연방·주·지방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필리조선소 외 다른 조선소 독을 활용해 초과 물량을 건조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추가 조선소 인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쿨터 대표는 인터뷰에서 "향후 수년 내 다른 지역에서 두 번째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조선소의 생산 여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언급됐다.
현재 필리조선소의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은 약 1.5척 수준이지만 수주 잔량은 19척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에는 미국 해사청(MARAD) 발주 선박 3척도 포함돼 있다. 한화는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향후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투입해 연간 건조 능력을 최대 2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현재 조선소가 보유한 독은 2기에 불과해 당장에는 늘어나는 수주를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리조선소는 향후 한국 해군에 인도될 핵추진잠수함 건조 후보지로 거론되기도 한다. 다만 건조 장소를 두고는 한미 양국 정부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쿨터 대표는 WSJ에 "한화는 미국이나 한국 어느 곳에서도 잠수함을 건조할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양국 정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화디펜스USA는 무인 수상정 분야에서도 미국 현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해상 드론 소프트웨어 업체 '하보크 에이아이(HavocAI)'와 협력해 미사일 발사, 화물 운송,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 수상정 수백 척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소형 무인 수상정 전력 강화를 위해 30억달러 이상의 국방 예산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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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조선사 간 미국 해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점도 한화의 행보와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추가 수주에 성공했고 삼성중공업도 관련 인증 절차에 착수하며 미국 방위산업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가 조선소 확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향후 추가 수주를 염두에 둔 선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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