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
WM·IB부문 수수료이익 확대가 실적 견인
올해 성장세는 소폭 둔화할 듯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지난해 18조원이 넘는 연간 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고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산관리(WM) 등 비이자수익이 확대되며 수익성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다만 2조원에 육박하는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2025년도 연간 순이익은 18조35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합산 순이익인 16조3532억원보다 12.24%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5조8244억원이다. 2024년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최초로 '5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지 1년 만에 '6조원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한지주는 처음으로 '5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5조1511억원이다. 이 밖에 하나금융지주는 4조805억원, 우리금융지주는 3조3002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순이익 증가율 기준으로는 신한지주가 지난해 15.8% 성장하며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어 KB지주가 14.7%의 순익 증가율을 나타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9.1%, 6.9%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상 최대 실적의 배경으로는 WM과 투자은행(IB) 부문을 중심으로 한 비이자이익 확대가 꼽힌다. 금리 인하기 영향으로 은행의 순이자이익은 감소세를 보였으나,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초 우려보다는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이자수익은 총 101조4737억원으로, 2024년(105조8306억원) 대비 4.12%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호황에 힘입은 증권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이끌며 순이자이익 감소를 보완하고 전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호황으로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방카슈랑스 판매 재개, 신탁 등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2조원대에 달하는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은 향후 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사전 통보한 과징금 규모는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이 1조원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향후 과징금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회계상 비용으로 인식돼 순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배상과 달리 과징금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별도로 적립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실 반영 시점은 2025년 4분기 또는 2026년 1분기가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최소 10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수준의 순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올해는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생산적 금융 기조, 교육세율 인상, 가산금리 규제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예고돼 있어서다. 올해부터 수익이 1조원을 넘는 금융사에 부과되는 교육세율이 기존 0.5%에서 1%로 인상되는 데다, 대출 가산금리에 각종 법정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은행법이 개정되면서 추가 비용 부담만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예상치는 18조8721억원으로, 2025년 대비 성장률은 2~3%대에 그칠 전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로 은행 대출 성장률은 지난해 4.4%에서 올해 3.8%로 둔화할 것"이라며 "5대 금융지주사의 순이자마진은 상반기까지 하락한 뒤 하반기에 반등하고, 자본시장 투자 수요 확대에 따른 WM 수익 증가와 비은행 부문의 이익 확대로 비이자이익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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