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실종선고 취소 소송 456건
행정망 이탈 막는 '예방적 관리' 시급
60대 남성 A씨는 2021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정부 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는 서류상으로 오래전 사망 처리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1980년대 말 가족을 떠나 수십 년간 거리에서 생활했었다. 각종 공문서를 확보해 법원에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해야 했지만 절차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했다. 결국 A씨는 민간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진행했고, 뒤늦게 법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멀쩡히 살아 있음에도 행정상 '사망자'로 분류되는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행정 편의주의에 갇힌 현행 제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대법원 통계연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접수된 실종선고 취소 소송은 총 456건에 달한다. 매년 평균 91명이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부활 소송'을 벌이는 셈이다.
이들 상당수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장기 노숙인 등 취약계층이다. 현행법상 가족 등이 실종 신고를 한 뒤 일정 기간(보통실종 5년·특별실종 1년)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법원의 실종선고를 통해 법적 사망자로 간주된다. 이후 가족관계등록부 사망 기재와 주민등록 말소 등 행정 절차가 뒤따른다.
문제는 한 번 '법적 사망자'가 되면 이를 되돌리는 과정이 살아 있는 당사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점이다. 생존을 인정받으려면 실종선고 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신분증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신원을 입증하는 것부터가 거대한 장벽이다. 특히 장기 노숙인의 경우 주민등록 전산화 이전에 행정망을 이탈해 지문 등 기초적인 신원 확인 자료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당사자 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민간 지원단체나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조력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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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지자체 담당자조차 실종선고 취소 절차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서류 하나를 떼는 데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는다"며 "고향까지 찾아가 어릴 적 모습을 기억하는 이웃의 '인후 보증'을 받아오거나 거리 생활과 육체노동으로 지문이 닳아 없어진 당사자의 신원을 증명하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실종선고 후 사망으로 간주해 주민등록을 말소하는 방식은 통계 관리라는 행정 편의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며 "실종 상태에 놓인 취약계층이 행정망에서 완전히 증발하지 않도록 사전 관리와 예방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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