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정확한 추계를 위해 마이크로데이터 조사를 하고 싶었지만 자료가 부족했습니다."
신정우 보건사회연구원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 추계 결과 브리핑 종료 후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2040년이면 의사가 약 5700~1만1100명 부족할 것이란 게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내린 결론이다. 신 센터장은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인한 의사 생산성 향상 규모를 예측하기가 어려워 서류 작업 효율화 등 보건의료 분야 전체 생산성 향상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거칠게' 추정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추계위는 이 같은 내용이 지난 정권 때와는 다르게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결과임을 강조한다. 의료계 추천 전문가가 논의에 참여하고 회의록이 투명하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 또한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후 '속전속결'로 진행된 추계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아쉬운 점은 브리핑 후 나온 설명과 같이 추계위 역시 이런 문제점과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완이 불가능한 부분도 아니었다. 신 센터장은 마이크로데이터 조사를 위한 자료가 국내에 없느냐는 질의에 지금은 없지만 향후 구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일단 '최소한의 추계'로 밑그림을 그리고, 마이크로데이터 조사를 진행한 뒤에 더 본격적인 추계에 나섰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든다. "정확한 조사 없이 시간에 쫓겨 발표한 추계 결과에 유감"이라는 대한의사협회의 반응에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되는 배경이다.
수요 추계에서 활용한 조성법(인구구조 반영방식)에 활용된 기준 연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시점이기는 하지만 의정갈등 사태로 통상적인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2024년이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추계위 내부의 문제제기도 있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문제제기와 관련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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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포함해 의료 현장의 산적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의사인력 수급 추계가 기민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기에 100%의 정확성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계가 너무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을 정부는 반드시 되새겨야 한다. 의료 인력의 적정 규모를 헤아리는 일은 의료정책이라는 백년대계 수립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과 같다. 그 단추를 무리하게, 그것도 엉뚱한 데 끼우려다가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게 지난 정권의 과오다. 가능한 한 정교한 방식으로 추계를 해서 모두가 대체로 납득하는 결과를 만들어볼 테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하면 누가 싫다고 하겠는가.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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