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속 S&P500 두 자릿수 상승
아시아·유럽·신흥국 강세에 수익률 밀려
美 주가 고평가 부담·관세는 우려 요인
올해 미국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아시아·유럽·신흥국 시장이 전반적으로 더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 증시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 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약 18% 상승했다.
약 20%에 이르는 견조한 성과지만, 같은 기간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식 성과를 반영하는 'MSCI 전 세계(미국 제외) 지수'는 약 29% 상승하며 미국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과 비(非)미국 시장 간 이 같은 수익률 격차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국 증시는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 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MSCI 신흥국 지수는 약 30%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중화권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MSCI 중국 지수는 올 들어 29%, 홍콩 항셍 지수는 28% 상승했다.
딥시크는 지난 1월 대규모 언어 모델(LLM) R1을 공개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모델은 미국 AI 기업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만큼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성능 대비 낮은 비용 구조가 부각되면서, 미국 빅테크들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막대한 투자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서 제기됐다.
한국 증시도 대표적인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75% 이상 급등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24%, 268% 치솟으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는 배경으로는 중국의 AI 기술 도약과 함께, 높아진 미국 기술주 밸류에이션 부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 정책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급락했던 증시는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무역 불확실성이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있어 미국 주식에 대한 집중이 더 이상 안전한 전략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피터 에셋 매니지먼트의 매튜 비즐리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주식은 다른 많은 (시장의) 주식보다 더 비싸고, 성장세는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모두가 미국 주식을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2026년 자신의 주식 투자 전략은 "미국 주식을 제외한 모든 것(anything but America)"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이 아직 많이 보유하지 않은 자산에 대해 생각해 볼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지금 뜨는 뉴스
JP모건의 미슬라브 마테이카 글로벌·유럽 주식 전략 수석은 "수년간 미국 시장이 유일한 관심사였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국제적으로 확대되는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