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 77개사…공모규모 전년比 15%↑
확약 제도로 기업별 옥석가리기 심화
2025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공모 규모와 흥행 지표 전반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의무보유 확약 제도 도입으로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와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코스피 7개사, 코스닥 70개사 등 총 77개사로 집계됐다. 건수는 전년(78개사)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모금액은 4조5667억원으로 전년 3조9751억원 대비 14.9% 증가했다.
이중 수요예측에서 희망밴드 상단 이상의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67개사로 전년 대비 2개사 늘었다. 숫자 자체의 증가는 제한적이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변화가 컸다. 올해 평균 기관투자가 확약 비율은 18.8%로, 전년 평균 6.5% 대비 12.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수요예측 제도 개선 이후 평균 확약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등 제도 변화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률도 역시 강세를 보였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긴 기업 비중은 46.8%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해당 기준을 충족한 기업 수가 25개에서 36개로 44.4% 증가한 결과다. 일반 청약 경쟁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000대 1 이상을 기록한 기업이 37개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상위권에는 바이오, 로봇, 첨단 제조 기업들이 포진했다. 지에프씨생명과학이 1443.7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나우로보틱스(1395.0대 1), 엠디바이스(1366.7대 1), 원일티엔아이(1312.2대 1), 삼진식품(1303.9대 1) 등이 뒤를 이었다. 일반 청약에서는 삼진식품이 3224.8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아로마티카, 노타, 이노테크, 인투셀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공모가 대비 시초가 상승률은 평균 89.2%로 집계돼 전년(64.4%) 대비 24.8%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신규 상장사 77개 가운데 69개사, 비율로는 89.6%가 공모가를 웃도는 시초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9.5%보다 뚜렷이 개선된 수치다. 큐리오시스, 에임드바이오, 알지노믹스는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300% 상승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이노테크와 그린광학도 두 배를 훌쩍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IPO 시장은 확약 제도 강화로 기업 간 옥석 가리기가 한층 뚜렷해진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 제도를 시행했다. 기관투자자가 일정 기간 주식 보유 확약을 하면 배정 물량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확약 우선배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신규 상장된 23개 기업 가운데 확약 비율이 40%를 넘긴 곳은 13개로 집계됐다. 반면 확약 비율이 20%에 미치지 못한 기업은 7개에 달했으며 일부는 한 자릿수 확약 비율에 그쳤다. 주가를 보면 상장 이후 15일 이내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사례가 3건 발생했는데, 모두 확약 비율이 낮은 기업들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내년 IPO 시장에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변화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종목별 확약 비율과 상장 성과의 차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IR큐더스 관계자는 "2025년은 제도 개선 효과가 수치로 확인된 해였다"며 "2026년에는 종목별 확약 비율과 기업 펀더멘털에 따른 양극화가 더 뚜렷해지면서, 대어급 IPO와 선별적 투자 기조가 동시에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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