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정부, 소송 낸 지 2주 만에 작성
"이탈한 10대 사용자들 되찾겠다는 목표 설정"
메타 측 "청소년 보호 방안과 상충되지 않아"
인스타그램 내부 문건에서 10대 공략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라는 지시 사항이 확인됐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지시 문건은 인스타그램 등 메타 플랫폼스(이하 메타)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들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미국 주정부들이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낸 후 2주 만에 작성됐다.
메타 플랫폼스의 인스타그램 사업부장 애덤 모세리는 2023년 11월 6일에 사업팀들에게 2024년 계획을 세울 때 제1순위 과제로 10대, 특히 선진국 시장의 10대 공략을, 제2순위 과제로 메타의 텍스트 위주 신규 서비스 '스레드' 활성화를 꼽았다고 WP는 설명했다.
WP는 이 문건을 포함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작성된 메타 내부 문건들을 확인했다. 여기에는 메타가 인스타그램에 10대 유입과 활동을 늘리도록 짜놓은 다년 계획도 나왔다. 문건들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틱톡, 스냅챗, 유튜브 등으로 이탈한 10대 사용자들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2023년 말에 세우고 계획을 세웠다.
당시 인스타그램은 북미와 유럽 등 핵심 선진 시장에서 10대 사용자가 줄어드는 다년간의 추세를 2024년 말 이전에 끝내고, 2027년 이전에 세계 최대의 10대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10대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메타는 사내외에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타는 공략 목표인 10대 대상 고객의 생활 방식을 임직원들이 체화하도록 돕기 위해 사무실에 '살아있는 박물관'을 설치했다. 청소년들이 평소 모이는 패스트푸드점과 쇼핑몰의 사진과 함께 청소년 스타일의 독특한 셀카 촬영법을 소개하는 전시물을 만들었다. 임직원들에게 청소년 친화적 인플루언서들을 부각하고, 신규 청소년 사용자가 아는 사람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조정했다.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때 인스타그램의 역할을 강조하는 유료 마케팅에 투자하도록 지시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이 10대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경고와 소송이 쏟아지는 와중에 이런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스타그램이 일부 10대 소녀들의 체형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점을 메타가 내부 연구로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2023년 10월에는 미국 50개 주 중 41개 주와 워싱턴DC의 법무부 장관들이 "메타는 청소년 이용자들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인스타그램을 계속 사용토록 하기 위해 서비스에 변경을 가했으며 이는 소비자보호법 위반"이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메타 경영진은 이런 비판이 이어지자 청소년 이용자 대상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제한, 부모 통제 기능 강화 등 기능을 도입했다. 또 장시간 이용 중인 청소년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제안하는 도구를 활용하도록 권장했다. 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낯선 사람이 청소년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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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메타 공보 담당자 라이언 대니얼스는 입장문에서 청소년들을 겨냥해 이런 계획들을 수립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계획들이 청소년 보호 노력과 상충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메타가 '13세 이상 관람가' 영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콘텐츠를 제한하는 '10대 계정' 기능을 2024년에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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