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USMCA로 인해 실효 관세 4.7%
대중 무역 적자 대안으로 멕시코 역할 커져
"통합 수준 너무 높아 폐기하기도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전 세계를 상대로 쏘아 올린 관세 전쟁에서 의외의 승자가 멕시코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덕분에 멕시코 상품에 부과되는 실제 관세율이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됐으며, 미국 고율 관세의 표적이 된 중국산을 멕시코산이 일부 대체하면서 대미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멕시코의 대미 제조업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약 9% 증가했다. 이 기간 멕시코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약 6% 줄었으나, 여타 제조업 수출이 17% 급증했다. 올해 미국과 멕시코 간 무역 규모는 9000억달러(약 1300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미국에 유입되는 마약류 통제에 소극적"이라면서 멕시코산 상품 전반에 이른바 '펜타닐 관세' 25%를 부과했다. 또 국가와 관계없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과 철강·알루미늄 상품에 각각 25%,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품목별 관세도 도입했다. 이처럼 멕시코의 수출 환경이 악화했으나, 북미권 자유무역협정(FTA)인 USMCA가 경제에 미칠 관세 충격을 완화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자국 경제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경제 통합도가 높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상품의 경우 USMCA를 충족하면 대부분 관세를 면제한다. 이에 따라 현재 멕시코 전체 수출의 약 85%는 여전히 무관세 적용을 받는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따르면 멕시코의 대미 수출 실효 관세율은 4.7%로 대미 수출 주요 경쟁국인 중국(37.1%)보다 크게 낮으며, 세계 평균 실효 관세율(10%)보다도 절반 수준으로 낮다.
WSJ은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생산자들은 '멕시코가 관세 시대 이전과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접근성, 저비용 제조업 기반, 훼손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FTA라는 고유한 장점들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결국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주요 무역 적자국들과 달리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멕시코에 부과하지도 않았다. 멕시코를 과도한 중국 의존을 낮추기 위한 전략적인 협력 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실효 관세가 낮게 유지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중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의회에서 "멕시코에서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중 무역 적자를 축소하고 있다"며 "멕시코가 미국의 공급망 회복 노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멕시코에서 무역 적자를 보더라도 중국에서 무역 적자를 보는 상황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지금 뜨는 뉴스
미국은 오는 2026년 USMCA 정기 재검토를 앞두고 있다. 다만 USMCA 협상에 참여한 멕시코 측 협상가 루이스 데 라 카예는 "통합 수준이 너무 높아 (미국이) USMCA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막대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