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펀드만기 제약 적어 혁신분야 장기투자
"美 구글·MS 등 CVC통해 유망 스타트업 육성"
공정위, 지주사 CVC 규제 손질 예고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올해 벤처투자 업계에서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의 존재감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생산적 금융 기조 아래 '자금 공급 촉진'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도 일반지주회사의 CVC 규제 손질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CVC가 벤처투자 시장의 '보조 참여자'가 아닌 '핵심 자금원'으로 부상할지 주목하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반지주회사 CVC 규제 완화와 함께 2026년 대기업의 초기 기업 투자가 촉진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VC는 대기업 등이 유망 스타트업·벤처 투자를 위해 설립하는 벤처캐피털(VC)을 말한다. 일반 VC가 주로 외부 출자자(LP)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재무적 수익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면, CVC는 모기업 자금이나 계열사 자금을 주로 활용해 혁신 기술 확보, 신사업 진출 등 전략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한다.
"한국 CVC 투자, 벤처 자금 유입 효과 제한적"
본래 한국에선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상 일반지주회사가 VC를 소유할 수 없어 지주회사들은 해외에 CVC를 두곤 했다. 해외 CVC는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국내 벤처투자 관련 세제 혜택은 받을 수 없었다. 지주회사들이 CVC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은 2021년 말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다만 ▲외부자금 출자 한도 40% ▲자기자본 대비 차입 한도 200% ▲총자산 중 해외기업 투자 한도 20% 등 강한 규제로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민간 자금 유입 효과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24년 국내 CVC의 투자금액은 1조9697억원으로 전체 스타트업 투자 대비 32%를 차지했다. CVC 투자가 점진적 회복세를 보인 글로벌 및 미국 시장과 달리, 국내 CVC 투자는 전년 대비 9% 감소하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법 개정 이후 기존 지주회사 밖의 독립법인 CVC들이 일반지주 CVC로 전환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는데, 각종 규제가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미 일반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독립법인 CVC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어 일반지주 CVC의 투자 행위 제한에 대한 실효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도 지난달 초 세미나에서 "CVC는 모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사업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사업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며 "전략적 시너지 확보 차원에서 (시드 단계보다는) 스케일업 단계 투자에 더 적합한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美CVC, 벤처투자 핵심 주체…유연한 회수 전략 구사"
반면 해외에선 CVC가 이미 벤처투자의 핵심 주체로 자리 잡은 상태다. 특히 미국은 CVC에 별도 인허가·투자 한도 규제는 두지 않되, 경쟁·안보 중심의 거래 단위 심사로 위험을 관리한다. VC를 금융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은행계 지주회사를 포함한 금융 기관도 CVC를 운용할 수 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CVC 제도 및 운용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미국 CVC가 참여한 거래 규모(딜 밸류·참여 투자라운드의 총 조달액)는 1749억달러(약 253조원)로, 2014년 대비 약 5.9배 증가했다. 2022~2023년 조정 국면을 거친 2024년에도 1075억달러(약 156조원)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VC는 단기 수익이나 펀드 만기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낮아 유연한 회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며 "경기 침체기에도 장기적 가치가 높은 분야에 투자를 이어갈 수 있어, 금리 상승과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VC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시장의 유동성을 지탱하는 완충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BMW 등 글로벌 기업은 CVC 운영을 통해 우버, 에어비앤비, 블루보틀 등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시켰다"며 "CVC 투자 유치가 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의 통로로서 발전될 가능성도 높다. 국내 M&A의 66%가 CVC 관련 투자 후 거래였으며, CVC 투자 후 모기업 직접 인수는 22%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CVC, AI·대형 라운드 중심 '성장단계 투자자'로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11월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도 개선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펀드별 외부 출자 비중을 50%로, 총자산 중 해외투자 비중을 30%로 상향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다만 CVC에 대한 추가적인 '규율'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미국 CVC 제도와 운용 방식, 지배구조 등을 향후 국내 CVC 모델 설계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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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 CVC는 기업 전략과의 명확한 정렬, 전문 인력, 일정 수준의 독립된 의사결정 구조를 성공 요인으로 삼고 있다"며 "CVC 운용이 복합 성과 지표로 평가된다는 점은 국내 CVC도 단순 수익형이 아니라 대기업 혁신을 견인하는 전략적 기구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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