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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장항습지, 어떻게 3만 마리 철새의 낙원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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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드론·참여·순환으로 완성 고양형 생태보전 모델
말똥게 겨울잠 자고 재두루미 머무는 곳…생태계 연결고리
람사르총회, 도시·생태 공존하는 '도시형 습지 관리' 주목
전국 최초 ‘드론 급식’ 도입 이후 AI 발생 0건·개체 수 증가

겨울바람이 매서운 한강 하구, 고양 장항습지 위로 수십 대의 드론이 비상한다. 드론이 지나간 자리에는 황금빛 볍씨가 흩뿌려지고, 잠시 후 잿빛 몸에 붉은 눈가를 지닌 재두루미 무리가 내려앉아 평화롭게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인간의 발길은 끊고 기술의 온기는 더한, 고양특례시만의 '스마트 생태 보전' 현장이다.

고양 장항습지, 어떻게 3만 마리 철새의 낙원이 됐나? 장항습지에서 겨우살이하는 재두루미와 기러기. 고양특례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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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장항습지는 분주해진다. 한강 하구의 논습지와 갯벌, 버드나무 숲으로 수만 마리의 철새가 내려앉아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는 잿빛 몸에 붉은 눈가를 지닌 장항습지를 대표하는 겨울 손님이다. 갯벌의 갯지렁이와 물고기, 논의 곡물과 식물의 뿌리를 먹고 무논에서 무리를 지어 잠자며 장항습지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개리는 장항습지를 중간 기착지로 삼는 겨울 철새로, 기러기류 중 가장 긴 부리와 목을 지녔다. 갯벌에 군락을 이룬 새섬매자기와 곡물을 먹는 개리는 장항습지의 안정된 먹이 환경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큰기러기, 큰고니 등 대형 조류가 해마다 이곳을 찾는다.


오랜 기간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유지되며 자연성이 잘 보존된 공간인 장항습지는 너구리와 삵, 고라니, 멧밭쥐 등 다양한 포유류가 서식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특색있는 기수역 환경은 생물다양성을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여름철 습지 바닥을 누비던 말똥게는 겨울이면 굴속으로 들어가 활동을 멈추지만, 그들이 남긴 굴과 토양 구조, 영양분은 버드나무 숲의 생장을 돕는다. 이렇게 형성된 숲은 다시 철새와 야생동물의 은신처가 된다.

고양 장항습지, 어떻게 3만 마리 철새의 낙원이 됐나? 드론 활용 철새 먹이주기 활동 중인 자원봉사단. 고양특례시 제공

장항습지의 생태계는 계절을 넘어 이어지는 상호작용 속에서 유지된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 시는 철새 먹이 주기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섭식 환경과 안전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정교한 서식지 관리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고양특례시는 지난 6일부터 내년 3월까지 총 64t의 먹이를 장항습지에 공급한다. 핵심은 '드론'이다. 과거 사람이 직접 들어가 먹이를 뿌리던 방식은 철새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조류인플루엔자(AI) 전파 위험이 컸다.


하지만 2023년 전국 최초로 드론 급식을 도입한 이후 반전이 일어났다. 한 해 동안 25회, 약 23t의 먹이를 공급했다. 이후 AI 발생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농민의 유휴 드론을 활용해 예산을 절감하고, 정밀 모니터링 데이터까지 축적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서식지 훼손 및 위험지역 접근 감소와 탄소배출 저감 등 복합적인 효과도 함께 나타나며 전국 지자체 벤치마킹 사례로 확산했다.


매회 자원봉사자 8~10명과 드론 자격증을 보유한 농민·공무원 등 2~3명이 현장에 투입되고, 사전 안전·생태 교육과 소독 절차를 통해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농사 비수기 농민들의 유휴 드론과 농업기술센터 장비를 활용해 비용도 절감했다.

고양 장항습지, 어떻게 3만 마리 철새의 낙원이 됐나? 람사르 고양장항습지 전경. 고양특례시 제공

장항습지의 먹이 공급 체계는 단순한 시 예산 집행을 넘어선다.

인천본부세관에서 압수한 곡물 31t이 철새의 식탁으로 변신했다. 또 민간 기업이 환경 보호를 위해 기부한 자원(8t)이 힘을 보탰다. 어민들이 잡은 무용 어종 역시 폐기되는 대신 생태계의 영양분이 된다. 이처럼 '보호'를 넘어 '순환'의 가치를 실현하며 도시형 습지 관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현장 관리도 정교해지고 있다. 드론으로 도래 개체군 변화와 서식지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류인플루엔자(AI)와 환경오염 등 위험 요인을 상시 감시해 습지의 건강성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장항습지의 생태변화를 분석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시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으로 장항습지 내 농민과 계약해 확보한 볍씨 23t과 인천본부세관 압수 곡물 31t, 기업 ESG 기부 자원 8t, 민간 어민이 제공하는 생태계 교란·무용 어종 등 폐기 자원을 철새 먹이로 전환할 계획이다. 장항습지 보전 활동은 보호를 넘어 자원순환의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장항습지의 성과는 이미 국경을 넘었다. 지난 7월 짐바브웨에서 열린 제1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 공식 초청되어 고양시의 생태 모델이 소개됐으며, 9월에는 10개국 전문가들이 장항습지를 방문해 관리 체계를 직접 견학했다.

고양 장항습지, 어떻게 3만 마리 철새의 낙원이 됐나? 먹이 살포를 위해 드론에 볍씨와 곡물을 담는 자원봉사단. 고양특례시 제공

민간인 통제구역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보존된 말똥게와 버드나무 숲의 공생 관계는 이제 첨단 기술과 시민 참여를 만나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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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장항습지는 도시와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라며 "국제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생태도시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이종구 기자 9155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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