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중 선제적 결단
IMM PE 지분율 50% 넘겨…매각 속도낼 전망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 1위 한샘이 34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부진했던 주가도 끌어올리고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지분율도 50%를 넘기며 경영권 매각도 보다 용이해졌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자사주 693만3606주(지분율 29.46%)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소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한샘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국내 상장사 중 신영증권, SNT다이내믹스, 대웅에 이어 자사주 보유 비율이 네 번째로 높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는 만큼 주가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한샘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전날 종가는 4만9500원으로 한샘 최대주주인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PE가 인수 당시 가격 22만1000원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자사주 전량 소각 시 IMM PE의 지분율은 35.4%에서 50.2%로 올라간다. 과반을 확보한 만큼 향후 경영권 매각도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영권 매각 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100%가 아닌 '50%+1주'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공개매수를 할 경우 시장가보다 일정 수준 이상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만큼 IMM PE는 한발 앞서 자사주를 소각해 지분율을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로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상황에서 토종 1세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IMM PE는 2021년 한샘 경영권 지분 27.7%를 1조4513억원에 인수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당시 주가의 두 배 수준의 가격(주당 22만1000원)으로 사들였다. 8200억원의 인수금융까지 활용했지만 인수 직후 주가는 4만원대까지 폭락했다. LTV(담보인정비율)가 치솟자 인수금융 대주단과 협의해 2023년 1000억원 규모의 공개 매수(주당 5만5000원)를 진행, 지분율을 36%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한샘은 7만원대 매입한 주식을 최대주주에 낮은 가격에 되팔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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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샘의 업황 자체는 여전히 힘들어 매각이 이뤄져도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올해 들어 한샘의 영업이익은 1분기 64억원, 2분기 23억원, 3분기 68억원에 그쳤다. 1, 2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졌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업황이 쪼그라든 것으로 풀이된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입주 물량, 주택거래량 모두 줄어들고 주택 가격은 오르면서 리모델링과 가구 소비 여력이 축소돼 한샘의 실적 정상화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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