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드라마에서 현실로, 생명을 잇는 선택
무뇌증 태아 출산하는 경우 약 0.01% 불과
미국에서 무뇌증 진단을 받은 태아를 임신 중절하지 않고 출산한 뒤,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아기의 생명을 살린 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 22일 연합뉴스TV는 미국 지역 매체 FOX 13을 인용해 무뇌증 아기를 출산해 장기를 기증한 앤드루 포드와 캐서린 모닝웨이 부부의 이야기를 전했다.
해당 보도를 보면, 이들 부부는 지난 7월 임신 14주 차 초음파 검사에서 태어날 딸이 무뇌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무뇌증은 태아의 뇌와 두개골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는 선천성 희소 질환으로, 출생 후 장기 생존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산모는 임신 중절을 선택한다. 그러나 부부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캐서린은 과거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무뇌증 태아를 출산해 장기를 기증하는 장면을 본 경험을 떠올리며, 딸을 출산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결심했다.
부부는 딸의 이름을 '헤이븐(Haven)'이라고 지었다. '안전한 항구'이자 '어둠 속의 빛'을 의미하는 이름이다. 헤이븐은 세상에 태어난 뒤 며칠간 가족의 품에서 지내다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심장 판막은 다른 아기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기증됐으며, 다른 장기와 조직 역시 중증 환자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다. 아버지인 포드는 "헤이븐이 내 가슴에 안긴 채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그 어떤 순간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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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븐이 태어난 HCA 플로리다 브랜든 병원 측은 "다른 생명을 살리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로 아이를 만삭까지 품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며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운 부부"라고 밝혔다. 부부는 "헤이븐의 심장은 그가 구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계속 뛰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임신 사례 중 약 0.1%에서 무뇌증이 발생한다. 이 가운데 무뇌증 태아를 만삭까지 출산하는 경우는 약 0.01%에 불과하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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