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단지 내 매장서 '프리미엄 거주권' 非무슬림 외국인에게 술 판매
일반 국민은 여전히 주류 구매 엄격히 금지
빈 살만 주도 자유화 실험 일환 평가
주류가 엄격히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부유한 외국인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술 판매를 조용히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20일(현지시간) AP통신을 인용해 지난해 1월 수도 리야드의 외교단지에 문을 연 비(非) 무슬림 외교관 전용 주류 매점이 최근 '프리미엄 거주권'(이크마)을 가진 비무슬림 외국인들에게도 주류를 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거주권은 사우디 정부가 의사, 엔지니어, 투자자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에게 발급하는 비자다.
이 매장이 주류 판매 대상을 확대한다는 공지는 없었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매장 입구에 길게 줄을 늘어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매장 외관에는 주류를 판다는 안내가 없고, 휴대전화기와 카메라 반입이 불가하며, 이용 대상인지 확인하기 위한 신분 체크도 매우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외교관과 프리미엄 거주권을 가진 외국인 외에 사우디 시민이나 일반적인 외국인들은 여전히 사우디에서 술을 구매할 수 없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는 1951년 건국 군주 압둘라지즈 왕의 아들 미샤리 왕자가 만취해 영국 외교관을 총으로 쏴 살해한 이후 주류를 전면 금지했다. 술을 마시려는 사우디인들은 바레인 등 주변 나라로 여행을 가거나, 주류 밀수 또는 불법 자가양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우디 청년층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축제 등지에서 기분을 내려는 목적으로 무알코올 맥주 등의 음료를 즐기는 것도 유행이다.
AP통신은 이번 주류 판매 확대는 한때 극도로 보수적이었던 사우디의 자유화 실험의 최신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에 따라 종교, 관습적 금기를 하나씩 허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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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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