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중문화 10대 뉴스 선정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첫 6관왕
K팝 열풍 계속 美 그래미 등 러브콜
콘텐츠 제작 시장 침체·산업 양극화
2025년 한국 대중문화는 '무엇이 흥행했는가'보다 '어디까지 산업이 확장됐는가'를 묻는 해였다. 음악과 드라마 중심이던 K컬처는 애니메이션·뮤지컬·전시·박물관 산업으로 외연을 넓혔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장르 경계가 흐려졌다. K컬처는 더 이상 특정 장르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복수의 산업이 얽힌 종합 콘텐츠 생태계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성과는 분명했다. 동시에 한계도 선명했다. 2025년은 K컬처가 '잘된 해'이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점검받은 해였다.
올해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출발점의 이동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직후 글로벌 시청 순위 상위권을 장기간 유지하며 약 3억1000만회 시청을 기록했다. 미국·유럽·중남미 등 비아시아권 시청 비중이 높았고, 일부 해외 극장에서는 싱어롱 상영까지 이어졌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음악 소비를 견인하고, OST가 다시 영상 IP의 수명을 연장하는 지식재산(IP) 순환 구조가 본격화된 장면이다.
이 작품의 OST '골든'이 빌보드와 영국 차트 정상에 오르고 그래미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상징적이다. K팝이 더 이상 음원과 무대에만 머물지 않고, 애니메이션·서사·캐릭터 산업과 결합해 글로벌 대중문화 문법 안으로 깊숙이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토니상 6관왕을 차지했다. 단순한 수상 성과를 넘어, 한국의 창작·제작 시스템이 글로벌 상업 뮤지컬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검증으로 받아들여졌다. K컬처의 확장이 더 이상 영상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다.
드라마 산업에서는 장기 IP의 힘이 재확인됐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공개 3개월 만에 누적 시청수 1억회를 넘기며 비영어권 시리즈 상위권을 유지했다. 시즌1부터 3까지 이어진 흥행은 K시리즈물이 일회성 히트가 아닌 장기 수익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전통 놀이와 로컬 문화 요소는 해외에서 패러디와 2차 창작으로 확산됐고, 이를 기반으로 체험형 전시와 포맷 수출 등 2차 사업도 확대됐다.
문화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점도 올해의 특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간 관람객 600만명을 돌파하며 '전시 공간'을 넘어 대중적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했다. 유물을 모티브로 한 굿즈는 출시 직후 매진을 반복했고, 온라인 판매 역시 빠르게 확대됐다. 경주에서 열린 신라 금관 특별전에서는 '오픈런' 현상이 나타났다. 전통 유산이 보존 대상에서 벗어나 경험·상품·콘텐츠로 소비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신호다.
음악 시장에서는 글로벌 존재감이 유지됐다.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등 주요 K팝 아티스트들은 빌보드와 글로벌 차트 상위권을 장기간 점령했고, 과거 발표곡의 재진입 사례도 이어졌다. 팬덤 소비가 신곡 중심에서 카탈로그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BTS 전원의 병역 의무 종료와 완전체 활동 재개가 가시화되면서, 내년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성과의 이면은 밝지만은 않았다. 영화 산업은 국제 영화제 진출 성과와 별개로 관객 감소와 제작 축소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상업영화 개봉 편수는 줄었고, 대작 리스크는 멀티플렉스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방송 제작 시장 역시 편수 감소와 적자가 반복되며 체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흥행 사례와 산업 체력 사이의 괴리가 뚜렷해진 한 해였다.
음악 산업 내부의 양극화도 심화됐다. 음반과 음원 소비가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시장은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상위 기획사의 점유율은 절반을 넘어섰고, 일부 중소 기획사는 제작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글로벌 성과가 산업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지 못한 채 집중 구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소비자 신뢰 문제도 연말까지 이어졌다. 공연 시장에서는 시야제한석 논란과 암표 거래가 반복됐다. 매크로 예매와 재판매 플랫폼을 통한 암표 거래는 정가의 수십 배에 이르렀고, 정부는 과징금 부과 등 강경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콘텐츠 가격이 높아진 만큼, 공정성과 접근성 확보는 더 이상 부차적 문제가 아니다.
연예인 논란이 잇따르며 대중의 피로감이 누적된 점도 올해의 특징이다. 사생활·윤리 논란은 작품 공개 일정과 광고 계약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고, 콘텐츠 산업이 '스타 개인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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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K컬처는 분명 세계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인 콘텐츠 중 하나였다. 동시에 제작 구조, 소비 신뢰, 산업 분배라는 과제도 함께 노출됐다. 올해가 확장의 해였다면, 내년은 정비와 재설계의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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