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19일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
"비전향 장기수, 알아서 가라는 얘기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 "그게 우리 정부 방침"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 비공개 규정에는
"빨갱이 될까봐 걱정하나…국민 의식 폄훼"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비전향 장기수의 북한 송환에 대해 "자기 고향으로 가겠다는데 우리로서는 막지 않고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하자)"라고 제안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 열람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국민이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 될까 봐 그러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비전향 장기수를 북한으로 보내려는데 반응이 없지 않으냐"라며 "일부 주장에 의하면 남북 협의에 의해 보내면 어려우니 여권을 만들어 본인이 알아서 가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그런 단계에 있다"면서 "선양으로 가서 (북한으로 가는데) 문제는 북한이 받아줘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본인들이 감수해야 한다"며 "우리는 보내주면 되는 것이고, 북한을 못 가서 되돌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으냐"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면서 "북한과 협의해서 판문점을 열어주는 게 제일 좋은데 반응이 없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열어주는 게 (좋다)"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그것이)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고 호응했다.
현재 북송 의사를 밝힌 국내 비전향 장기수는 5~6명이다. 이 중 안학섭씨는 최근 북으로의 송환을 요구했다. 통일부는 "비전향 장기수 송환 문제를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의 송환과 연계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송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북한 반응이 거의 없나" "지금은 대화 끊어졌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나"라고 질문했다. 정 장관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얘기했다.
"빨갱이 될까 봐 걱정하나…국민 의식 폄훼"
노동신문을 포함한 북한 자료를 열람하는 것에 관한 논의도 오갔다. 이 대통령은 "북한 자료를 개방하고 아무나 접근할 수 있게 해주자(라는 논의가 있다)"라며 "예전엔 가지고만 있어도 소지죄로 처벌했는데, 공개하면 '빨갱이 세상을 만드는 것이냐'라는 엄청난 공격이 있을 것 같다"고 질의했다.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은 "노동신문을 예로 들면 현행법상 일반 국민이나 연구자들이 노동신문을 실시간으로 접근할 방법 자체가 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들이 기사를 쓰고 많은 연구자가 연구하고 있다. 현실과 큰 괴리가 있어서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북한 자료 비공개는) 우리 국민이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 될까 봐 그런 것 아니냐"라며 "(자료를 공개하면) 북한 실상을 정확히 이해해서 저렇게 되면 안 되겠구나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이 "통일부 생각은 그러한데 국가정보원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국정원은 안 넘어가는데 우리 국민은 홀딱 넘어가서 빨갱이 될까 봐 걱정한다는 것이냐"라며 "정말 문제다. 우리 국민 의식 수준을 너무 폄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뜨는 뉴스
현행법상 북한 사이트는 접근, 열람, 유통이 모두 금지돼있지만 우회 접속이나 국외 플랫폼 등을 통해 접속이 만연한 상황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북한 사이트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자료 공개는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된 바 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