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인수
3대 캐시카우로 포트폴리오 균형
웨이퍼 제조부터 후공정 테스트까지
두산그룹이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다. 두산밥캣에 이어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이 추가되면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회복 국면과 맞물린 중장기 실적 개선 기대도 커지고 있다. 두산그룹은 반도체 소재 분야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아 중장기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18일 두산 관계자는 "웨이퍼 제조 자산이 그룹에 편입되면서 반도체 사업 전반의 규모와 전략적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두산테스나가 팹리스와 종합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 공정에 집중해 왔다면 SK실트론은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를 고객으로 웨이퍼를 공급하는 구조여서 공정 단계와 고객군이 서로 달라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그룹 내 반도체 사업이 특정 공정에 국한되지 않고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날 SK그룹 지주사인 SK㈜는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위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로 알려졌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300㎜(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SK실트론의 연간 영업이익은 최근 4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반도체 업황 부진기에도 일정 수준의 수익력을 유지해 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고성능컴퓨팅(HPC) 확산에 따른 웨이퍼 수요 증가가 이어지면서 중장기 성장성 역시 확보됐다는 평가다.
특히 AI 반도체는 미세공정 전환 속도가 빠르고 웨이퍼 사용량이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분야여서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산이 반도체 소재를 축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가로 확보하며 반도체 슈퍼사이클 초입에 진입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수 이후의 투자 방향이 중요하다"며 "현재 SK는 추가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두산이 인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설비 투자와 사업 확대를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미 두산밥캣과 함께 에너지·발전 설비에 주력하는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 창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SK실트론이 더해질 경우 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 SK실트론으로 이어지는 '3대 캐시카우' 체계가 완성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두산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층 균형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장비, 에너지·발전 설비, 반도체 소재로 이어지는 사업 축이 서로 다른 산업 사이클에 연동돼 있어 특정 업황 둔화가 그룹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이 건설·인프라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반면, SK실트론은 AI·IT 수요에 연동된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업황 디커플링(탈동조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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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두산은 두산밥캣에 대한 현금 흐름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두산이 인수한 계열사 중에서 현재까지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곳은 두산밥캣이 유일하다. 두산이 2022년 인수한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후공정 사업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익 규모는 제한적이며 2014년 인수합병한 두산퓨얼셀은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K실트론 인수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그룹 전반의 현금 흐름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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