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율 중심 관리·블록펀딩 도입…AI센터로 대학 경쟁력 강화
정부가 기본연구 복원과 장기·안정적 연구 지원을 골자로 기초연구 투자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연구자 수혜율 중심 관리체계 도입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교원 30%(전임 50%, 신진 70%)가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투자 대비 성과 정체와 연구 불안정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고, '다양성과 수월성의 회복'을 기반으로 2030년 세계 5대 기초연구 강국 도약을 추진한다.
정부는 1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초연구 생태계 육성 방안'을 심의·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국정과제 '기초연구 생태계 조성과 과학기술 인재강국 실현'의 후속 실행 계획이다.
투자 확대에도 성과 정체…연구 안정성 훼손 우려
정부는 그간 기초연구 투자가 꾸준히 확대됐지만, 성과 측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세계 상위 1% 연구자(HCR)는 76명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낮고, 세계 최상위 연구기관 순위(Nature Index) 상위 200위 내 국내 연구기관 수도 5곳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연구·개발(R&D) 예산 변동이 겹치며 학문 다양성이 위축되고, 연구 현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도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세계적 연구 성과의 지속 창출이 어렵다고 보고 기초연구 생태계 전반의 재설계에 나섰다.
정부는 우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초연구 투자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연구 현장에서 요구가 컸던 기본연구를 복원하고, 생애 첫 연구 수행자, 경력 단절 연구자, 지방 소재 연구자 등 연구 기반이 취약한 집단을 우대해 기초연구 저변을 확대한다.
개인연구의 연구기간은 기존 1~3년에서 3~5년으로 연장되며, 동일 연구 주제에 대한 후속연구를 최대 2회까지 연계 지원해 최대 11년간 장기 연구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른바 '한우물파기 연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연구의 연속성과 심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기초연구 성과 관리는 '선정 건수'가 아닌 연구자 수혜율 중심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교원 30% ▲전임 교원 50% ▲신진 교원 70%의 기초연구 수혜율 확보를 목표로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 R&D 투자 중 일정 비율 이상을 기초연구에 배정하도록 '기초연구진흥법' 개정도 병행 추진한다.
청년 연구자 1만명 지원…탑티어(Top-Tier) 리더 육성
청년 연구자 지원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포닥과 초기 교원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1만명 규모의 청년 연구자를 지원하고, 성장 단계별로 공백 없이 이어지는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 연구자로의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Top-Tier 리더연구'를 신설한다. 최우수 연구자에게는 연 16억원 내외, 최대 9년간 연구비를 지원하고, 글로벌 공동연구와 파트너십 구축을 연계한다. 이와 함께 리더 연구자들이 과학문화 확산,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 자문에 참여하는 리더연구자 협의체도 발족할 예정이다.
대학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과 기반 '블록펀딩'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재원을 활용해 전임연구원(Staff Scientist), 연구지원 인력, 첨단 연구시설·장비 확충 등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연구 생태계의 체질 개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블록펀딩의 지원 대상과 규모 등 세부 사항은 향후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역 균형 차원에서는 국가연구소(NRL2.0) 사업에 지역 트랙을 신설하고, 지역혁신 선도연구센터(RLRC) 지원을 확대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첨단 기초과학 분야의 중추 기관으로 육성하고, 해외 지사 설립과 글로벌 연구팀 유치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
기초연구-AI 융합 본격화…AI센터 40곳 구축
정부는 기초연구와 인공지능(AI)의 결합도 본격 추진한다. 2030년까지 대학별 '기초연구 AI센터' 40곳을 지정·운영하고, 도메인별 맞춤형 AI 활용 환경과 전용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기초연구-AI 융합 연구인력 2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 행정 부담 완화도 병행한다. 단계평가를 폐지하고 선정평가를 간소화하는 한편, 평가 과정 전반에 AI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평가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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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원리를 탐구하고 지식의 토대를 축적하는 기초연구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이자 미래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방안을 통해 연구자들이 걱정 없이 장기·안정적으로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고, 세계적 성과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기초연구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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