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륨·인 섭취 시 치명적 위험 발생
혈액투석 환자 특히 주의 필요
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60대 주부 A씨는 매년 하던 김장을 올해부터 그만두기로 했다.
A씨의 남편이 얼마 전부터 만성콩팥병으로 투석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싱싱한 굴을 넣어 만들었던 김치를 무척 좋아했던 남편이지만 올해부터는 건강을 위해서 포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겨울이면 남편이 가장 좋아했던 동지 팥죽도 올해는 챙기지 않을 예정이다.
A씨가 남편을 위해서 김장과 동지 팥죽을 포기한 이유는 바로 이들 음식에 포함된 칼륨(포타슘)과 인 성분이 혈액투석 환자들에게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혈액투석 환자에게 겨울철 즐겨 먹는 생김치나 굴에 함유된 칼륨 성분은 고칼륨혈증을 일으켜 근육 무력감, 부정맥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심장마비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또 과일이나 채소에도 칼륨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채소는 물에 2시간 이상 담가 두었다가 섭취하는 것이 좋고 과일도 하루에 정해진 양만 먹어야 한다. 따라서 혈액투석을 시작한 환자는 식품 섭취 시 성분을 항상 확인해야 한다. 고칼륨혈증 등으로 호흡곤란, 흉통 등의 협심증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가까운 병원에서 응급 혈액 투석이나 응급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년 동지에 챙겨 먹는 팥죽도 조심해야 한다. 팥에는 인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혈액투석으로 일부 걸러지는 칼륨과는 달리 인은 투석으로도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혈액에 인 성분이 축적되면서 나타나는 고인산혈증은 가려움증, 관절통, 부종, 골이양증의 원인이다. 인은 거의 모든 음식에 조금씩 함유돼 있지만 그중 인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치즈, 우유, 아이스크림 같은 유제품과 현미, 흑미, 잣, 호두 등 잡곡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는 2025년 기준으로 약 13만명으로 추정된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인구의 노령화로 만성콩팥병이 늘어나면서 투석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만성콩팥병은 신장 기능이 거의 상실되어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 혈액투석 환자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부전증으로 불리기도 하는 콩팥병은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기능이 떨어지면 부종, 피로,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 질환 관리, 약물, 식단·체중 관리,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관리가 어려운 말기의 경우는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은 콩팥의 기능이 15% 이하로 떨어진 말기 콩팥병 환자들이 노폐물 및 수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는 신장을 대신해 특수한 관을 통해 체외에서 인공적인 장치로 혈액을 여과하여 노폐물을 거른 후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신 대체요법이다. 투석을 통해 신체 내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며 과잉의 수분을 제거한다. 혈액투석은 한번 시행하면 4시간 이상 소요되고 짧은 시간 내에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기 때문에 투석 직후에는 급격한 피로와 허약감이 찾아온다.
투석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관리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이요법은 환자의 상태나 동반 질환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만, 칼륨, 인, 단백질, 나트륨 등의 섭취를 줄이고 당질과 지방은 충분히 섭취해 적정한 열량을 꾸준히 공급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식이요법을 충실히 실시하는 경우 향후 투석을 시작하게 되는 시기를 늦출 수 있고 질소성 노폐물에 의한 요독증이나 부종, 고혈압, 전해질 이상 등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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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엘리야병원 인공신장센터 정경민 과장은 "혈액투석 환자는 정해진 식이요법에 따라 정확하게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특히 식습관은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영남취재본부 김철우 기자 sooro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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