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학습지 시장 축소
인건비·원가 부담 겹쳐 수익성 악화
디지털 경쟁 심화에 인상 압박 확산
학습지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며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자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통한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7일 교육 업계에 따르면 한솔교육은 내년 1월부터 한글, 수학 등 전 과목 방문학습 월회비 가격을 인상한다. 인상 폭은 3000원에서 최대 1만9000원 수준이다. 주요 제품별로는 ▲신기한 한글나라(7만6000→9만5000원) ▲신기한 수학나라(7만9000→9만5000원) ▲신기한 국어(5만5000→5만8000원) 등의 가격이 오른다. 한솔교육은 "지속적인 인건비와 물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교육비를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자 교육 전문 장원교육도 내년부터 전 과목 3000원가량 회비를 인상하기로 했다.
시장 전반으로 인상 움직임이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교원·대교·웅진씽크빅 등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주요 학습지 기업들도 회비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기업 관계자는 "당장 인상 계획은 없지만 내년 상반기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지난해에도 학습지 월회비를 인상한 바 있다.
학습지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시장 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로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학습지 시장 규모는 지속해서 축소되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인건비와 종이값 등 원가 부담까지 더해지며 교육기업들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했다. 한솔교육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2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교원구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120억원에 그쳤고, 대교와 웅진씽크빅은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전통적인 방문학습지 시장은 축소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모바일·태블릿 기반 학습 서비스가 확산하며 새로운 경쟁 시장이 형성됐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와 무관하게 사교육 시장 전반은 오히려 확대되면서, 신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와 마케팅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7% 늘어난 29조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디지털 학습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육기업들은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웅진은 인공지능(AI) 전담 조직을 최근 신설하는 등 에듀테크 분야에 힘을 싣고 있으며, 교원은 렌털과 헬스케어 분야를 새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대교는 별도 법인인 '대교 뉴이프'를 설립, 시니어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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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신규 사업의 수익 기여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빠르게 나빠지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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