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농업 고용 6.4만건 증가
10월 10.5만건 급감 후 반등…실업률 4.6%로 상승
10월 소매판매 7326억달러로 전월 수준
미국 노동시장이 급랭 이후 지난달 다소 회복됐지만 실업률이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둔화 흐름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불안과 고물가 부담 속에 그간 확대돼 온 소비 역시 정체 양상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는 데 한층 신중해진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1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6만4000건 증가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만5000건)를 웃도는 수치다.
같은 날 함께 발표된 지난 10월 비농업 고용은 10만5000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9월 10만8000건 증가에서 급감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10월 고용 급감은 정부효율부가 올해 초 단행한 인력 구조조정의 여파로, 연방정부의 이연 퇴직 인력이 뒤늦게 통계에 반영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정부 고용은 10월에 16만2000건 줄었고, 11월에도 6000건 감소했다.
고용이 늘었음에도 노동시장의 체력 약화는 실업률 지표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11월 실업률은 4.6%로, 지난 9월(4.4%)은 물론 시장 예상치(4.5%)도 상회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인 2021년 9월 이후 4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 활동을 포기했거나 경제적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이들을 포함한 포괄적 실업률은 8.7%로,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금 상승세도 둔화됐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5% 올라 10월(각각 0.4%·3.7%)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전년 대비 임금 상승률은 2021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 같은 고용 지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노동시장 둔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발표된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 역시 이런 흐름을 뒷받침했다. 지난 10월 채용 건수는 514만9000건, 고용률은 3.2%로 전달(536만7000건·3.4%) 대비 감소했다. 반면 해고 건수는 185만4000건(해고율 1.2%)으로 전월(178만1000건·1.1%)보다 늘어나 2023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관세 정책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비 페더럴 크레디트 유니온의 헤더 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고용 불황에 빠졌다"며 "지난 6개월 동안 고용 증가가 겨우 10만명에 그쳤고, 이마저도 고령화로 항상 고용이 활발한 의료 분야에 집중됐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노동시장 약화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3회 연속 0.25%포인트 인하했다. 물가보다 고용 둔화 위험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 하방 위험이 상당하다"며 "현재 경제는 고용 과열로 물가를 자극하는 국면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고용 보고서가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케빈 오닐 어소시에이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보고서는 이전의 금리 인하를 정당화할 만큼의 (경기) 둔화 신호는 보여주지만, 향후 더 큰 폭의 완화를 지지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초 발표될 12월 고용보고서가 다음 달 2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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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이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 부문 역시 정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미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매판매는 7326억달러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해 블룸버그 전망치(0.1%)를 밑돌았다. 자동차와 휘발유 판매 부진의 영향이 컸다. 고용 불안과 경기 불확실성, 고물가 부담이 겹치며 소비자들이 지출 확대에 더욱 신중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9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기존 0.2%에서 0.1%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소비가 위축되지는 않으면서 여전히 경기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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