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 집행 초점, 실효성 지적
교정 효과 검증 장치 없어
사후 추적·평가체계 구축 필요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아동학대 가해자가 결국 징역형을 살게 됐다. A씨는 지난해 1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과 40시간의 치료강의 수강, 보호관찰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보호관찰관의 방문을 거부하고 상담 결과 보고 등 준수사항을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준수사항 위반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올해 10월 집행유예 선고를 취소했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보호관찰·수강명령 불이행 제재가 229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정 명령의 실효성과 재범 여부를 검증하는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아시아경제가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호관찰·수강명령 불이행 제재는 2021년 38건, 2022년 44건, 2023년 46건, 지난해 49건, 올해 1~10월 52건으로 집계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관찰·수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집행유예는 그 자체가 취소되고, 징역형은 조건부 조치를 거둔 뒤 수사 의뢰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할 경우 최대 200시간의 수강명령이나 보호관찰을 함께 명할 수 있다. 가해자를 교도소에 수용하지 않고 사회 안에서 감독·지도를 병행해 문제 행동을 교정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아동학대 실태, 부모 역할, 건강한 훈육과 의사소통 등 내용으로 수강명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 제도는 명령 집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종료 이후 교정 효과를 검증하는 장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
보호관찰·수강명령 불이행 제재는 전체 아동학대 사건 중 일부에 불과하다. 아동학대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보호관찰·수강명령은 2021년 1835건·1657건, 2022년 2497건·2387건, 2023년 2389건·2149건, 지난해 2351건·2157건, 올해 1~10월 1909건·1724건이었다. 적용 건수는 매년 수천건에 이르지만 재학대 감소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없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가해자 교육·보호관찰 종료 이후 재범 여부를 체계적으로 추적·관리하지 않고 있다. 두 부처 모두 보호관찰·수강명령 종료 후 동종 범죄로 입건됐는지 여부를 따로 작성·관리하지 않는다. 가해자 상담·교육 프로그램 이수 여부와 재학대 발생 간 상관관계 역시 공식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 아동에 대한 회복 지원 역시 비슷한 구조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 운영 예산은 각각 2021년 245억3200만원·69억5700만원에서 내년 459억100만원·192억6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재학대로 판정된 아동 가운데 심리치료나 상담이 필요하다고 진단된 아동 수, 실제 서비스를 받은 아동 수에 대한 통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매년 3000~4000명에 이르는 재학대 아동에 대해 치료·회복 지원이 얼마나 작동했는지 평가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후 추적·평가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호관찰·수강명령에 대한 이행 여부, 종료 후 재범 발생 여부를 연계해 관리하는 통합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며 "아동학대 사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로선 보호관찰·수강명령의 실효성을 평가할 수 없어 가해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도 "재학대 아동이 매년 수천명 발생하는데 치료 필요 여부와 실제 지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은 정책 실패"라며 "학대 아동에 대한 사례 관리를 하려면 관련 통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법이 개정돼 부모라도 아동을 체벌할 권리는 없으며, 아동에게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 등을 하면 최대 10년 이하 징역 등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112에 신고하고, 아동 양육·지원 등에 어려움이 있으면 129(보건복지상담센터)와 상담하십시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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