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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간 집, 다시 시작된 악몽…82.5%의 함정[되풀이되는 아동학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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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정 보호 원칙 기계적 적용
피해아동 위험 다시 노출돼
재학대에도 솜방망이 처벌

지난해 아동학대 피해 아동 10명 중 8명이 가해자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고, 재학대의 절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정 보호를 우선시하는 현행 제도는 법원은 거듭된 학대 앞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돌아간 집, 다시 시작된 악몽…82.5%의 함정[되풀이되는 아동학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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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정 보호 원칙의 그늘

14일 보건복지부의 '2024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재학대 피해 아동의 82.5%(3215건)가 '원가정 보호' 조치를 받았다. 가해자로부터 아동을 분리한 사례는 16.8%(655건)에 불과했다. 재학대 행위자의 98%가 부모라는 점에서 제도의 근본적인 모순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재학대 아동이 집으로 돌아가는 배경에는 원가정 보호 원칙이 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이 원래의 가정에서 성장할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이 원칙이 기계적으로 적용되면서 아동을 위험에 빠뜨리는 함정이 되고 있다.


가해 부모의 변화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도 크다.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부모 앞에서 명확한 법적 강제력 없이는 분리를 강행하기 어렵다. 제도적 허점, 인프라의 부족, 가해자 중심의 온정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학대를 낳는다. 이를 끊기 위해서는 친권 제한·정지 제도를 현실적으로 집행하고, 아이들이 돌아갈 안전한 가정을 우리 사회가 더 많이 확보하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재학대 방지를 위한 원가정 복귀 개선방안 연구'는 ▲재학대의 반복 ▲사후 관리 부재 ▲전문가와 임상적 근거 부족 ▲원가정 보호가 최선이라는 사회적 인식 등을 구조적 결함으로 지적했다. 해당 연구는 현재의 원가정 복귀가 아동을 지키기보다 다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 처벌 강화, 전문가 확충, 협력 지원체계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보호 시스템의 한계는 사법부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친부 A씨는 지난해 2월 아동학대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는데 A씨는 재판이 진행되던 중 또다시 자녀를 학대했다.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8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선고 후 피해 아동들에 대한 신체적 학대 행위를 반복해 그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실형 선고에는 주저했다. 법원마저 반복된 학대라는 명백한 위험 신호 앞에서도 가해자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결국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에 대한 안전과 건강한 양육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원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인력, 예산 등 부족으로 위험 요인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 재학대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엔 대가족 형태라 학대가 발생하면 가족 구성원 중에서 해결에 나섰지만, 지금은 핵가족화되면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 수 없게 됐다"며 국가 차원의 돌봄 기능을 보다 키워야 학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돌아간 집, 다시 시작된 악몽…82.5%의 함정[되풀이되는 아동학대]②

◆재학대 절반은 '마음의 멍'

재학대의 가장 흔한 형태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정서학대였다. 지난해 전체 재학대 3896건 중 정서학대는 1949건(50.0%)으로, 신체학대(15.9%)보다 3배 많았다.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겹친 중복학대(21.7%)까지 포함하면 재학대 피해 아동 10명 중 7명이 언어·심리적 폭력에 시달린 셈이다.


가해자의 66%는 40~50대, 피해 아동의 59%는 10~17세 청소년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와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 상황에서 정서적 통제와 폭력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동학대 재발생 특성과 관련 요인 연구'에 따르면 아동의 정서문제가 많을수록 재학대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정서문제가 1개 늘어날 때마다 재학대 가능성은 15% 증가했고,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에는 위험이 5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정서학대는 법의 심판대에 오르더라도 입증이 쉽지 않다. 실제 판례에서 유죄가 인정되려면 장기간에 걸친 상습적 학대로 아동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처벌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친다. 사법 시스템이 정서학대를 신체학대보다 덜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솜방망이 처벌은 가해 부모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피해 아동에게는 '내가 겪는 고통은 별것 아니다'라는 무력감을 안겨준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구조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홍창표 아동학대예방연구소장은 "정서학대는 부모 세대의 경제적 압박과 청소년기 심리적 격변기로 인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제도적으로도 아동학대를 방지하려면 부모뿐 아니라, 아동, 청년, 군인 등 모든 세대가 부모 교육을 꾸준히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정서학대를 훈육과 혼동하는 사회적 인식도 문제"라며 "훈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수직적 소유관계를 내포해 정서학대적 요소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법이 개정돼 부모라도 아동을 체벌할 권리는 없으며, 아동에게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 등을 하면 최대 10년 이하 징역 등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112에 신고하고, 아동 양육·지원 등에 어려움이 있으면 129(보건복지상담센터)와 상담하십시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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