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은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식탁을 지켜온 대표 식재료다. 된장과 두부, 콩나물 같은 전통 음식은 물론 간편식이 일상화된 요즘에도 두유 한 잔과 소박한 콩 반찬은 꾸준히 소비된다. 이러한 지속성은 콩의 영양성과 기능성에 대한 신뢰가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다.
그러나 식탁에서의 익숙함과 달리 최근 국산 콩 산업은 생산과 소비가 엇박자를 내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생산 기반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수요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해 산업 전반의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산 콩 생산성은 크게 향상됐다. 논 재배에 적합한 품종 보급과 기계화 확대로 재배면적이 5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콩 자급률도 2019년 26.7%에서 2023년 35.7%로 상승했다. 하지만 생산량 증가가 시장 소비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수급 불균형과 재고 누적, 소비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산업의 무게 중심을 '생산 확대'에서 '소비 기반 강화'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산 콩 소비는 두부와 된장, 간장, 콩나물 등 가공식품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가공적성이 뛰어난 품종개발과 함께 산업체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에 달려 있다. 생산 확대만으로는 소비가 늘기 어렵고, 개발된 품종이 실제 제품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국립식량과학원은 그동안 두부용과 장류용, 나물용, 밥밑용 등 용도별 품종 개발을 추진해 왔다. 두부용 '선풍'과 '대찬', 연두부용 '다드림', 콩나물용 '아람', 기능성 검정콩 '청자5호' 등의 신품종은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품종들은 안정적인 생산성과 가공 효율성을 갖춰 산업체의 활용도가 높고, 국산 콩 산업의 기반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체와 연계를 한층 강화해 품종 개발 초기부터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국산콩 전문 식품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콩나물용 '해찬', 고단백 두부용 '대단' 등 신품종을 공동평가하고 있으며, 개발 단계부터 대규모 가공 적합성과 상품성까지 함께 검증해 제품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무첨가 두유와 콩차, 낫또 등 가공적성이 우수한 품종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원료곡 생산단지 조성, 계약재배 지원, 다수확 기술 교육 등 원료곡 안정 공급을 위한 다양한 기술 지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국산 콩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가공·소비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산업체 요구에 부합하는 품종이 적기에 공급되고, 이를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산 콩 제품이 꾸준히 시장에 자리 잡을 때 자연스러운 소비 확대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구조가 갖춰져야 수급 불안도 줄고 산업 전반의 안정성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콩은 우리 식탁을 지켜온 기본 식재료이자,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원이다. 변화하는 식품 환경 속에서도 국산 콩이 가진 영양학적 장점과 다양한 가공 분야로 확장될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산 콩 산업이 보다 견실한 구조 위에서 지속해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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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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