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서명·홈페이지 공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신종 합성마약으로 미국에 대량 유입된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마약류를 화학 무기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파격 조치를 통해 미 정부의 근절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대량살상무기'에 추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멕시코 국경수비대에 메달을 수여하면서 "우리는 펜타닐을 WMD로 공식 분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정명령은 "불법 펜타닐은 마약이라기보다 화학무기에 더 가깝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거의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미량인 2밀리그램(㎎), 즉 일반 소금 10~15알 정도의 양도 치명적인 수준의 치사량이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조직범죄 네트워크와 마약 카르텔이 가져오는 국가안보 위협을 강조하며 이들의 펜타닐 유통이 "암살, 테러 행위, 반군 활동"을 자금적으로 뒷받침하고 대규모 폭력을 가능하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월 출범 직후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왔으며 지난 5월에는 대규모 단속을 통해 300만정의 펜타닐을 압수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수만 명이 펜타닐 등 합성 마약류를 과다복용해 사망하면서 마약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마약류를 WMD에 지정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을 단순한 공중보건 위기가 아니라 화학무기와 동급의 국가안보 위협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中 관세 옹호…남미 軍 공격 정당화 의도"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원료인 전구체 유입을 명분으로 중국 등에 부과했던 관세 정책을 옹호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우리와 매우 긴밀히 협력하며 유통되는 펜타닐의 양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베네수엘라 등 남미의 마약 밀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측이 앞으로 벌일 수 있는 군사작전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군사적 압박과 석유 수출길 차단을 비롯한 경제 제재를 병행해왔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연안 인근에서 '마약 운반선'이라고 판단한 선박을 공격해 최소 83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 2일 내각회의에서는 "우리는 이런 공습을 지상에서도 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군사 작전의 본토 확대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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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는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이는 법적·군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조치다. 우리는 '잡았다가 풀어주는' 정책을 끝냈다"고 밝혔다. 이어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은 94% 줄었다"며 "훨씬 쉬운 육상에서도 그들을 타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베네수엘라 등을 겨냥한 지상 작전이 임박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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