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美제련소 건설 비판
고려아연 지분 직접 투자 비판…"경영권 방어"
韓제련소 수출 감소 및 기술유출 우려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기덕 대표이사. 최 회장은 이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민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지분투자를 받는 것에 극렬히 반발했다. 제련소 지분이 아닌 고려아연 본사 지분 투자를 받는 것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리나라의 '아연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15일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에 이같은 입장을 내놨다. 회사 미래에 중요한 사안임에도 영풍과 MBK 측 이사들은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고,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등기임원 19명 중 직무정지된 4명을 제외하면 고려아연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이번 결정은 최 회장 개인적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국 핵심 전략자산인 '아연주권'을 포기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우선 미국 정부가 현지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아닌 고려아연 본사 지분에 투자하는 것은 사업적 상식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영풍·MBK 측은 "정상적인 사업구조라는 투자자는 건설될 미국 제련소(프로젝트 법인)에 지분투자 하는 게 상식이나, 이번 안건은 굳이 고려아연 본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자금조달이 주목적이 아니라 의결권을 확보해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10조원에 달하는 자금과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도 정작 알짜 지분 10%를 미국 투자자들에게 헌납하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사회 배임 우려는 물론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에 반할 소지가 크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대규모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당장 지분을 희석하면서까지 급박하게 자금을 조달할 경영상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 정부 투자금의 정체에 대해서도 의심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해외 민간 기업에 대해 합작법인을 통해 '우회 출자' 방식을 택한 전례가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영풍·MBK 측은 "순수한 투자인지, 미국 정부를 방패막이 삼아 급조된 자금인지 실체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최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경제 안보와 주주가치를 맞바꿀 순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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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울산 온산제련소의 '쌍둥이 공장'을 짓는다면 국내 제련산업 공동화는 물론 핵심 기업 유출까지 초래된다는 설명이다. 영풍·MBK 측은 "국내 생산 및 수출 물량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대체하면, 사실상 국내산 광물의 '수출 종말'을 초래하고, 수십년간 축적된 독보적 제련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며 "임시이사회에서 급히 처리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신중하고 철저히 사업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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