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2개 제시하며 "풀어보라"
영국 BBC방송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의 난이도 논란을 집중 조명하며 한국 수험생들 사이에서 제기된 이른바 '불영어' 논란을 상세히 소개했다.
BBC는 11일(현지시간) "수능 영어가 악명이 높을 정도로 어렵다"며 "한국의 대학입학 시험인 수능 영어 영역은 일부 학생들로부터 '고대 문자를 해독하는 것 같다'라거나 '미친(insane)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39번 문항은 비디오 게임 참여자가 가상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을 설명한 지문에서 문장의 위치를 고르는 문제로, 단어 선택과 문장 구조가 지나치게 난해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BBC는 "많은 이들이 해당 문항을 포함해 여러 문제의 단어 사용을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가장 고난도 문항으로 꼽힌 34번 지문에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법철학이 등장했다. '법치가 안전과 평화뿐 아니라 자유를 보장한다'는 칸트의 견해를 설명한 뒤 빈칸에 들어갈 문장을 고르는 문제로, BBC는 이 지문을 제시하며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풀어보라"고 권했다. 이 지문을 두고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잘난 척하는 말장난", "형편없는 글"이라는 비판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BBC는 한국 수능 제도 전반도 함께 소개했다. 수능을 "매년 11월 치러지는 악명 높은 8시간짜리 '마라톤' 시험"이라고 표현하며 "대학 진학뿐 아니라 직업, 소득, 미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에서 약 200문항을 풀어야 하며 많은 청소년이 이 시험을 준비하며 성장하고 일부는 네 살 때부터 학원에 다닌다"고 전했다. 시험 당일에는 항공기 이착륙 시간 조정, 공사 중단, 군사 훈련 연기 등 전국적인 조치가 이뤄진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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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시험 난이도를 둘러싼 비판과 혼란 속에서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며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10일 중도 사임한 사실을 전했다. 매체는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12명의 평가원장 가운데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인물은 4명뿐이며 대부분은 문항 오류로 사임했다"며 "난이도 문제로 사임한 것은 오 원장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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