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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맥]'탈중국' 원산지 증명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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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맥]'탈중국' 원산지 증명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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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국가 안보 관련 핵심 중간재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디커플링(Decoupling)보다는 전략적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전략을 선회했지만 미국은 첨단산업에 디커플링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미 의회는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에서 전략 기술 분야에 대한 대중국 투자 규제안을 전격 포함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은 미국 견제를 피하기 위해 제3국 진출을 통한 우회 수출을 추구해 왔다. 이에 중국의 중간재 수출 비중이 빠르게 올라갔다. 중국산 상품에 높은 관세장벽을 친 미국은 우회 수출을 통한 중간재 수입도 막고자 한다. 상호관세 협상에서 많은 국가들은 미국의 중국산 우회 수출 차단 요구를 듣고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우회 수출이 적발될 경우 40%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자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


원산지 표시는 어떤 수입 상품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됐는지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생겨난 제도다. 생산의 전 과정이 한 국가에서 이뤄졌던 시기에는 원산지 개념이 간단했다. 상품이 실제로 원재료 채취·생산·제조·가공된 국가, 즉 '완전 생산(wholly processed)' 기준이 확립됐고 여기에는 중간재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무역 규모 확대와 함께 중간재 무역이 발달하고 생산공정이 여러 나라에 걸쳐 이뤄지면서 원산지 판단 기준 설정이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최종 조립국에서 일정 수준 이상 변형됐는가(실질적 변형), 부가가치 비율, 특정 공정이 이뤄졌는가를 살펴보게 됐다. 중간재 무역을 허용하되 산업정책을 고려해 국가들은 원산지 기준을 정하게 됐다. 현재 중간재 무역은 세계 전체 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 정책에 따라 대미 수출 철강 분야에서는 탈중국이 이미 확립됐다. 하지만 미국의 탈중국 중간재 기조에 대해 우리나라는 전면적인 탈동조보다는 공급망 다변화·국산화·동맹 연계 중심의 산업정책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급망 안정화법' 등에서 이미 우리나라는 수입선 다변화 및 자립도 제고를 통해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채택했다.


미국의 동맹 공급망 재편 구상에 참여해야 하지만 디리스킹 전략을 고려해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지속되는 균형 전략을 견지해야 한다. 미국으로 수출될 상품의 공급망에서 중국산 중간재 투입 여부를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조만간 미국은 수출국에 점검 의무를 부과할 것이다. 상호관세 부과로 자유무역협정(FTA)에서의 특혜관세가 사실상 폐지됨에 따라 한미 FTA에서의 품목별 원산지기준은 탈중국 원산지 증명서로 대체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 같다.


중간재 강국인 우리나라는 미국의 탈중국 중간재 정책을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핵심 산업의 대미 협력 강화와 국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공급망 재편, 중간재의 국내 생산 확대를 위한 공급망 내재화율 제고, 핵심광물 확보 전략, 프렌드쇼어링 활용 방안 등을 내실있게 추진해야 한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대미 투자 계획은 우리 기업이 미국 첨단산업 및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또 정부 재원 3500억 달러와 민간 기업 투자 1500억 달러가 상호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민관 전략 협의 채널이 효과적으로 가동될 필요가 있다.


중간재 탈중국 기조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불확실성 속에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영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중간재 생태계는 중소기업들이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세 피해기업을 위한 13조60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 기업별 대출 한도 상향 조정,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보험 확대 등 재정적 지원은 중간재 산업생태계 확충에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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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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