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행사서 "정치 아닌 내 판단에 따를 것"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유력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기준금리를 상당폭 인하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참모'인 해싯 위원장은 통화정책은 정치적 압력이 아닌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지지가 차기 Fed 의장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웠다.
해싯 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고경영자(CEO) 카운슬 행사에서 Fed 의장으로 선임될 경우 금리를 큰 폭으로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 "데이터가 지금처럼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보여준다면 인하 여지는 충분하다"고 답했다.
내년에 금리를 0.25%포인트보다 큰 폭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맞다"고 말해, 0.25%포인트 한 차례 인하를 넘어 연속적이거나 더 큰 폭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Fed가 다음 날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 통화정책의 전반적인 기조는 예상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일 수 있다는 경계감이 나온다. 노동시장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물가 상승률 역시 Fed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어 통화당국 내부에서도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경제 고문'으로 불리는 해싯 위원장은 자신이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된다면 백악관의 공개 압박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두 번째 임기 시작 전부터 제롬 파월 현 Fed 의장에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이어왔다.
해싯 위원장은 "단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2.5%에서 4%로 상승했다고 가정하면 그럴 때는 금리를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은 "대통령이 신뢰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판단과 정파적이지 않겠다는 확고한 약속에 기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Fed 의장 지명의 기준이 금리 인하 지지 여부냐는 질문에 "그렇다(Yes)"고 답했다. 그는 최근 백악관 행사에서 차기 Fed 의장 후보군을 기존 10명에서 1명으로 압축했다며 해싯 위원장을 "잠재적 Fed 의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는 결정을 내린 뒤에도 마음을 바꾼다"며 "궁극적으로 내가 어떤 자리에 있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 NEC인지 Fed인지 그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뜨는 뉴스
현재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 만료된다. 차기 Fed 의장 후보로는 선두주자인 해싯 위원장 외에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케빈 워시 전 Fed 이사 등이 거론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