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늪에서 못 벗어난 국회
민주당, 강경파 득세에 민생 뒷전 우려
국힘, 尹 절연 못하고 민심과 멀어져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흘렀지만 국회는 여전히 후폭풍 속에 갇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입법권을 손에 쥐었지만 통합 행보 대신 내란청산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계엄과 단절하지 못한 채 변화에 관한 기대와 역행하고 있다.
與 강경파 득세, 타협의 정치 실종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임명됐던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9월 연장됐고, 연장 수사도 마무리 국면에 돌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2차 종합 특검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사가 실제로 마무리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정당 해산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받으면서 '정치의 복원'에 관한 기대감은 흔들리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토대로 접점을 만들기보다는 당내 핵심 지지층 입맛에 맞는 정치 행보로 정국 경색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된 민주당은 방송 3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더니 최근에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방지법까지 발의했다. 여당의 당내 정치를 둘러싼 우려도 감지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헤게모니 다툼에 몰입하면 민생이 뒷전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래 변화와 사회 변화에 대처하고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며 "경제가 너무 안 좋다. 민생이 개선된다고 느낄 수 있도록 더 깊이 있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계엄의 강' 건너지 못한 국민의힘
반면 국민의힘은 1년째 암흑기를 걷고 있다. 계엄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정권을 잃으며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고, 당내에선 반탄(탄핵찬성)파 대 찬탄(탄핵찬성)파간 분열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 기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첫 주 27%에서 지난달 넷째 주 24%로 거의 제자리걸음 중이다.
당 차원에서 계엄과 선을 긋는 데 실패한 것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당원들은 지난 6월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장동혁 대표를 선택하며 반탄파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현재 당 지도부와 지방선거총괄기획단 등 요직은 반탄파 인사들이 차지 중이다. 일부 수도권 의원·지자체장과 소장파를 중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주장도 나오지만 비주류로 치부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장 대표는 한동훈·유승민·이준석 등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공간을 열어주지 않고 자신의 당권을 강화하기 위해 윤 어게인 세력과의 동거를 선택했다"며 "지난 탄핵 국면에서 전선이 보수 대 진보로 넓어지며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한 달콤한 추억까지 맞물리며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강경한 대정부·여당 투쟁을 펼치며 민심 회복을 꾀하고 있으나 중도층 지지율은 지난달 넷째 주 기준(한국갤럽) 15%로 민주당(45%)에 압도적으로 밀린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중진 의원들을 의총이나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할 의지가 별로 없다"며 "어떻게 중도층 민심을 회복해 지방선거에서 이기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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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민의힘 선임비서관은 "보좌진들끼리도 앞으로 당이 어떤 지점에서 반등 포인트를 잡아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지만 뚜렷한 답이 없다"며 "차라리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패하고 새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는 자조도 많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부·여당을 심판할 수 있는 선거는 2년 뒤에나 있다"며 "야당이 선거에서 지면 상당 기간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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