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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상자산 산업③]"샌드박스 도입으로 선지원·후규제 필요" 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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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간 이견에 2단계 법안 지연
"글로벌 속도전에 뒤처지는 구조"
"샌드박스 도입 등 실행 가능한 정책 레버 활용해야"

"글로벌 주요국이 제도화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 확장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사업자 확장·기관투자가 진입·혁신 서비스 도입이 모두 멈춰 있는 상태다."(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위기의 가상자산 산업③]"샌드박스 도입으로 선지원·후규제 필요" 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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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연합(EU)·일본·홍콩 등 글로벌은 이미 가상자산을 미래 금융 인프라로 규정하고 제도화와 사업화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지만, 한국만 제자리걸음이다.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사업자 확장·기관투자가 진입·혁신 서비스 도입이 모두 '정지'된 상황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2단계 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샌드박스 도입을 통해 산업 활성화에 즉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규제가 없어서 사업이 불가능한 구조'다. 발행 기준이 없어 프로젝트 발행은 모두 해외로 빠져나갔다. 스테이블코인·커스터디·실물자산토큰화(RWA) 등 대부분의 신사업은 법제도 공백 때문에 추진 자체가 어렵다. 이로 인해 산업 구조는 자연스럽게 거래소 중심으로 고착됐다.


황 교수는 "2단계 법안 지연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논쟁 때문에 사업자들이 중장기 전략·신사업을 못 펼치고 있고, 기관투자가나 전통 금융권도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이유로 본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이후의 '성장 전략'이 부재해 글로벌 속도전에 뒤처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문철우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규제에 의한 국내 시장 위축과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로 이탈이 가속화된 상태"라며 "국내 규제완화와 활성화 정책의 조속한 도입 없이는 확산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가상자산 산업③]"샌드박스 도입으로 선지원·후규제 필요" 전문가 제언

글로벌은 이미 제도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부터 지니어스(GENIUS Act) 법안 통과 및 미국 디지털자산시장 명확성법(CLARITY Act) 통과도 앞두고 있다. 또한 EU는 미카(MiCA)를 통해 발행·보관·거래 전 과정을 인가제로 묶었다. 또한 싱가포르·스위스는 라이선스 기반으로 웹(Web)3 기업 유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일본 핀테크(금융+기술) 회사인 JPYC가 스테이블코인 JPYC를 발행했으며 홍콩의 경우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36개 기관이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신청서를 제출했다.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핵심은 산업을 '처음으로 정식 제도권에 편입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인가, 준비자산 관리, 상환권 보장을 규정해 한국형 결제 인프라 기반을 구축한다. 이 밖에 가상자산사업자를 자문업·평가업·커스터디 등으로 업권 구분을 세분화한다. 여기에 상장 규정과 공시 제도를 도입해 프로젝트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통과 여부는 단순한 규제 도입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뒤처질지, 다시 합류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 내 이견으로 법안은 아직 답보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제출 의지를 밝혔지만, 한국은행과 발행 주체·감독 권한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은 '코인'이 아니라 사실상 디지털 화폐이며, 준비자산·결제·금융안정 등 시스템 전반과 연결된다"며 "다만 정부와 관료조직이 발행주체를 지나치게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려는 경향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위험을 회피하는 태도가 아니라 명확한 허용 요건과 역할 분담을 설계하는 정책 리더십"이라며 "지연이 길어질수록 미래 금융 인프라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혁신과 성장 기회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결국 정부의 태도는 안정성 중심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혁신과 성장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균형을 잃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도 "은행 중심 발행을 제도화하고 테크기업들을 비중심으로 준비하거나 시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며 "관치금융으로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발상으로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법제화 외에 샌드박스와 같은 방식으로 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법제화가 된다고 해도 시행령 및 감독규정 등 세부제도까지 자리를 잡으려면 1년여의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산업의 활성화에 발 빠르게 나서야 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법안 통과와는 별개로, 정부가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선지원·후규제' 방식의 정책 장치가 필요하다"며 "샌드박스에서 우선 검토할 분야로는 ▲스테이블코인 시범 발행·결제 테스트 ▲RWA 실증 ▲커스터디 및 기관투자가 참여 확대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발행주체 모델의 안정성을 비교·검증하고 글로벌 금융시장과 보조를 맞춘 토큰화 실험을 가능하게 해야 향후 제도 설계에 필요한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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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신산업에 대해 한시적 안전지대를 마련하고 명확한 샌드박스 트랙을 제공해야 한다"며 "법률 제정보다 더 빠르게 실행 가능한 정책 레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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