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프로스포츠 의심 신고 건수 5년 새 폭증
온라인 신고 3400건 중 음악 공연 75%
상위 1% 판매자가 거래액 40% 좌우
기술 대응에도 매크로·위조 신분증 확산
지난달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콘서트 현장. 한쪽에서는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20대 여성 두 명과 티켓 실물을 확인한 뒤 현금을 주고받았다. 거래를 마친 남성은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공연장 주변에서는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객들 사이로 휴대전화를 내보이며 가격을 흥정하는 듯한 모습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정가 10만~40만원대 티켓이 온라인에서 10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던 공연으로, 모두 암표 거래가 의심되는 장면이었다.
K팝 콘서트와 프로야구 등 인기 문화·스포츠 행사에서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는 일이 반복되며 예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인기 공연은 접속과 동시에 대기번호가 수십만 번까지 치솟아 "티켓팅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중고 플랫폼에는 "VIP 연석 다수 확보" 같은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음악 공연 VIP석은 정가 대비 20~30배까지 가격이 폭등했다. 정가 19만8000원인 NCT WISH 콘서트 VIP석은 최근 800만원까지 거래됐고, 세븐틴 팬미팅(정가 11만원) 티켓은 650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지드래곤 콘서트 VIP석도 정가 22만원에서 680만원(31배)까지 거래됐으며, 임영웅 콘서트 VIP석은 18만7000원에서 300만원까지 치솟았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티켓(정가 7만5000원)은 80만원까지 올랐고, 무료(수수료 1000원)로 발권되는 LG트윈스 청백전 티켓조차 8만원 이상에 거래됐다.
◆암표 의심 사례 ↑…플랫폼 '사각지대' 방치= 1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는 2020년 6237건에서 2024년 18만4933건, 2025년 8월 기준 25만9334건으로 늘었다. 5년 새 41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2025년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암표 신고센터에 접수된 3만2013건 중 78.7%(2만5188건)가 티켓베이에서 발생했다.
공연 분야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암표 모니터링센터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고, 2023년 2161건, 2024년 2224건으로 연 2000건대가 유지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1년 7개월 동안 접수된 3400건의 암표 신고 중 75%가 음악 공연 관련이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사적 거래 공간은 현행법상 플랫폼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 제도적 사각지대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티켓베이의 2024년 암표 거래자는 4만4160명, 거래 건수는 29만825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위 1% 판매자(441명)가 12만2745건을 거래해 전체의 41.2%를 차지했다. 이들 상위 판매자의 거래 금액은 298억6400만원, 1인당 연간 평균 이익은 약 6700만원에 달한다. 전체 시장 규모는 연간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댈티·아옮 가능'…조직화되는 전업 암표상= 전업 암표상은 더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기 좌석을 대량 선점한 뒤, 시세가 충분히 오르지 않으면 취소하지 않고 보관하는 방식으로 거래 시점을 조절한다. '아옮(아이디 옮기기)', '댈티(대리 티케팅)', '직링(직접 링크)', '선예매권 거래' 등 각종 편법을 통해 좌석을 확보하거나 우회 예매를 시도하기도 한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특정 블록 전체가 사라지는 사례가 늘면서 일반 예매자가 접근할 수 있는 좌석은 계속 줄고 있다. 이에 따라 K팝 기획사들은 팬클럽 멤버십·유료 등급에 따른 선예매 구조를 확대하고 있지만, 암표 거래 억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일부 팬미팅·콘서트에서는 '전석 매진' 공지에도 불구하고 공연 당일 빈 좌석이 적지 않게 확인됐다. 팬들 사이에서는 "암표상이 시세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취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세청은 최근 티켓 거래 플랫폼 상위 1% 판매자 가운데 탈세 혐의가 짙은 전문 암표상 17명(법인 3곳 포함)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공공기관 직원과 사립학교 교사 등도 포함된 기업형 암표업자"라며 이들이 수년간 유통한 암표 규모를 최소 220억원으로 추산했다.
서울 불광동에 사는 이주은 씨(34)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접속했지만, 대기번호가 9만 번대였다"며 "결국 35만원을 주고 암표를 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신재용 씨(42)는 "부모님을 위해 임영웅 콘서트 예매를 시도했다가 실패해 중고 거래를 알아봤지만, 사기를 당했다"며 "지금은 의심 게시물이 보이면 자동으로 신고하지만 개선되는 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암표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 대응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암표 신고센터'의 공연 전담 인력은 1명에 불과해 공연·스포츠 분야에서 매년 쏟아지는 수만 건의 신고를 감당하기 어렵다.
◆기술 대응·실명 강화에도 남는 '구조적 문제'= 공연기획사와 예매 플랫폼은 기술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예스24·인터파크 등 주요 예매처는 자동 클릭 방지 인증을 강화하고 있으나 매크로 개발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실명 인증 강화는 주민등록증 촬영 등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논란과 함께, 오히려 무고한 팬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일부 대형 공연에서는 위조 티켓이 유입돼 문제가 되었고 해외 제작 신분증 위조본이 국내에서 사용된 사례도 확인됐다.
티켓 가격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평균 티켓 가격은 2020년 8만3540원에서 2024년 12만8100원으로 4년간 53%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티켓 판매액은 741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대형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단속과 포상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도 해외처럼 공식 리셀 구조를 정비하고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며 과징금 상향, 실명제 보완 등 보다 강력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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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암표 판매를 목적으로 한 매크로 예매와 구매 대행이 늘면서 개인이 정상적인 경로로 티켓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매크로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더라도 이를 감시할 인력은 부족한 만큼, 적극적인 신고·접수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시장이 조금이라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매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현행법의 처벌 수위는 여전히 약하다"며 "처벌을 강화하면 공급자들도 조심할 수밖에 없고, 온라인에서 암표를 구하기 지나치게 쉬운 구조 역시 제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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