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바사삭' 과자 씹고 '후루룩' 라면 먹는 사이…오랑우탄이 죽는다[맛있는 이야기]

시계아이콘01분 34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팜나무 경작지와 서식지 겹치는 오랑우탄
화전 농법, 플랜테이션에 터전 잃고 굶어
7만마리 채 안 남아…멸종 위기 몰린 상황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과자 때문에 오랑우탄이 멸종할지도 모른다. 둘은 전혀 상관없는 관계로 보이지만, 사실 오랑우탄은 글로벌 가공식품 산업의 확대가 만든 희생양이다. 과자의 핵심 원료인 팜유(Palm oil)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오랑우탄의 터전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파는 물품 50%엔 팜유가 들어간다

팜유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의 주재료로 쓰인다. 과자, 빵, 라면, 초콜릿 등 식품뿐만 아니라 비누, 치약 등에도 팜유가 들어간다. 기름야자 열매를 짜 만드는 팜유는 우지(쇠기름) 등 동물성 기름보다 훨씬 저렴하며, 다양한 경공업 제조 공정에 활용하기 수월해 효율적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비영리 자연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팜유는 오늘날 마트에서 유통되는 품목의 50%에 쓰이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선 바이오 연료나 동물 사료로도 재가공된다.


'바사삭' 과자 씹고 '후루룩' 라면 먹는 사이…오랑우탄이 죽는다[맛있는 이야기] 과자의 주 원료인 팜유 생산 확대는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픽사베이, 막스플랑크연구소
AD

기름야자 열매가 열리는 팜나무는 열대 기후에서 생장하는 식물이다. 이 때문에 팜나무의 주요 서식지는 동남아시아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각각 세계 1, 2위의 팜유 생산국으로, 미 농업부(USD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팜유 공급의 83%가 두 나라에서 나왔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팜나무 경작지와 오랑우탄 서식지가 겹친다는 것이다. 아시아 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열대 우림인데, 두 지역 오랑우탄 모두 심각한 멸종 위기에 몰린 상태다.

팜나무 플랜테이션, 오랑우탄에겐 '녹색 사막'

팜나무 경작이 오랑우탄을 위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팜나무의 생태와 연관된다. 팜나무 농업은 비닐하우스에서 묘목 상태까지 기른 뒤, 묘목을 경작지로 옮겨 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팜나무는 '단일 경작', 즉 경작지 전체 면적에 팜나무 한 종류의 식물만 심는 농법을 사용하는데, 이를 '플랜테이션'이라고 칭한다.


'바사삭' 과자 씹고 '후루룩' 라면 먹는 사이…오랑우탄이 죽는다[맛있는 이야기] 팜나무 플랜테이션의 모습. 세이브 디 오랑우탄 홈페이지

팜나무 플랜테이션 재배 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해, 농부들은 화전 농업을 사용한다. 이미 존재하는 숲에 불을 지른 뒤 잿더미를 비료 삼아 팜나무 묘목을 기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오랑우탄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팜나무 플랜테이션이 완전히 성장하고 나면 문제는 더욱 악화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팜나무도 일반적인 열대 우림과 비슷하지만, 오랑우탄은 기름야자 열매를 먹을 수 없다. 오히려 숲의 다양성이 파괴됨으로써 오랑우탄은 먹이를 잃어 굶어 죽는 일이 발생한다. 오랑우탄 입장에서 팜나무 플랜테이션은 '녹색 사막'인 셈이다.

7만마리 채 안 남은 오랑우탄

'바사삭' 과자 씹고 '후루룩' 라면 먹는 사이…오랑우탄이 죽는다[맛있는 이야기] 인도네시아 습지대 지역에서 구조되고 있는 5살짜리 오랑우탄. AFP연합뉴스

오랑우탄은 지난 수십년간 급속도로 감소해, 현재는 멸종 위기에 몰렸다. 국제 자연 보존 연맹(IUCN) 집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보르네오섬 오랑우탄 개체 수도 5만7000마리 안팎으로, 1973년 이래로 80% 줄었다. 수마트라섬 오랑우탄은 7000마리 이하로 추정되며, 또 다른 멸종 위기종인 타파눌리 오랑우탄의 개체 수는 800여마리밖에 안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AD

최근 일부 기업, 국제단체들은 오랑우탄을 보호하면서 팜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속 가능 팜유 산업 협력체(RSPO)'가 대표적인 사례다. RSPO는 WWF를 필두로 팜유 대기업들이 협력해 설립한 인증 제도로, 오랑우탄 서식지를 별도로 보호하면서 생산된 팜유에만 발급되는 인증이다. 오늘날 유니레버 등 다국적 식품 대기업들이 RSPO 인증 팜유를 원료로 사용 중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