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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괜찮은데 리버풀은 취소?…세계유산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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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지위 박탈 가능해
핵심은 문화재 보편적 가치 보존
권고 무시한 리버풀은 등재 취소
보호 조치 마련한 런던은 유지

서울시가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인 종묘(宗廟) 인근에 고층 빌딩 건축을 허가할 방침인 가운데, 일각에선 재개발로 인해 종묘의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유럽 일부 도시들은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된 바 있다. 다만 종묘의 문화유산 지위가 고층 빌딩으로 위협받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유네스코의 문화유산 심사 기준은 단순한 경관이 아닌 고유 가치의 보존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재개발로 등재 취소된 문화유산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해당 계획은 서울 종로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당초 종로변 55m, 청계청변 71.9m에서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변경하는 게 골자다. 이로써 종묘 인근에 최고 145m 높이 고층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생겼다.


런던은 괜찮은데 리버풀은 취소?…세계유산 기준은 지난 7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옥상정원에서 세운4구역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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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서는 재개발 사업이 종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7일 "종묘는 조선 왕실의 위패가 모셔진 신성한 유산이자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의 상징적 가치를 지닌 곳"이라며 "이러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특별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문화유산의 가치가 훼손될 경우 심사를 거쳐 기존 등록을 취소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 문화유산 지위가 박탈된 곳은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도시다. 이 지역은 18~19세기 대영제국 시절 부두와 항만을 그대로 보존해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으나, 2021년 취소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010년대 초반부터 리버풀에 들어서기 시작한 고층 빌딩, 축구 경기장 등으로 인해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속성이 돌이킬 수 없이 손실됐다"고 등재 취소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런던은 괜찮은데 리버풀은 취소?…세계유산 기준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던 리버풀 항구 인근의 과거 모습(위)과 재개발이 진행 중인 현재. 유네스코 홈페이지 캡처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아라비아 오릭스'가 서식하는 오만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구역도 1994년 세계유산 지위를 부여받았으나 2007년 등재 취소됐다. 오만 정부가 석유 등 천연자원 개발을 위해 보호구역 면적을 90% 축소하면서 가치가 상실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독일 드레스덴-엘베 계곡이 교량을 건설했다는 이유로 문화유산 목록에서 제외됐다.

문화재 가치 보존 위한 '보호 조치' 핵심

하지만 모든 재개발 사업이 문화유산 등재 취소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영국 수도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1987년부터 현재까지 문화유산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영국의 경제·정치 중심지로, 불과 1~2㎞ 떨어진 지역에 200~300m짜리 고층 빌딩이 빽빽이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의 판단이 엇갈린 이유는 문화유산을 판정하는 기준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진정성과 완전성 ▲향후 보호 관리 계획 등 지표를 통해 문화유산을 심사한다. 런던 시 당국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인근에 고층 빌딩을 세우기 전 유네스코와 접촉해 상의했고, 런던 건설 규제에 '문화유산의 경관과 탁월한 가치가 개발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할 것' 등 관련 가이드라인도 추가했다.


런던은 괜찮은데 리버풀은 취소?…세계유산 기준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인근에는 수백m짜리 고층 빌딩들이 들어섰지만, 문화재와 조화를 이루는 경관을 추구해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인정 받았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공식 홈페이지

반면 2021년 문화유산 지위를 잃은 리버풀은 재개발 과정에서 유네스코와의 협력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네스코는 '리버풀 해양산업도시 결정' 보고서에서 "우리는 리버풀의 도시 개발과 관련, 문화유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반복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그러나 문화유산 주변부 개발의 무분별한 관리·감독, 규정 등으로 인해 유산의 보편적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고, 그 훼손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등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결국 종묘의 문화유산 지위 유지 여부 또한 재개발 과정에서 유산의 가치를 얼마나 잘 보호하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재개발로) 종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한 우려"라며 "오히려 종묘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겠다. 남산부터 종로까지 이어지는 녹지축 조성을 통해 종묘로 향하는 생태적 접근성을 높여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를 높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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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대화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면 얼마든지 도시공간 구조 혁신과 문화유산 존중이라는 가치를 양립할 수 있다"며 "종묘는 서울의 중심이지만 오랫동안 낙후된 상태였는데,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새 변화를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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