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왕립학술원 정책분석가, 프놈펜포스트에 기고
"국민들 K팝, 한국 드라마 사랑하고 '한강의 기적' 존경"
"한·캄보디아 우정 위협하는 외국 사이버범죄…한국 역할이 절실"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납치·감금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중국계 범죄조직 때문에 한-캄보디아 양국의 우정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럴때일수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캄보디아 싱크탱크 정책분석가 "韓, 캄보디아 지원 강화해야 한다"
14일(현지시간) 프놈펜포스트는 '한국이 외국 주도 사이버 범죄에 맞서 캄보디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는 캄보디아 싱크탱크인 왕립학술원의 쓴 삼 정책분석가가 작성했다. 그는 기고문 시작에서 "동남아의 심장부인 캄보디아는 오랜 세월 강인함과 환대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 배경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다"면서 "캄보디아 국민들은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고,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존경한다"고 했다. 이어 "이처럼 두 나라의 문화적 유대는 경제 협력·관광·인적 교류로 확대돼 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외국 범죄조직이 주도하는 사이버범죄의 확산이 이러한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범죄들은 전 세계 피해자를 동시에 노리고 있으며, 캄보디아의 국제적 위상과 사회적 안정까지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의도치 않게 국제 사기조직의 중심지'로 변해버렸다. 최근 몇 년간 시아누크빌과 캄폿주 전역에 합법적인 기업으로 위장한 '사기단지(compound)'들이 확산했다. 이 조직들은 중국계 범죄 네트워크와 연계돼 있으며, '환대·기술 관련 일자리'를 미끼로 아시아와 해외 구직자들을 유인한다. 피해자들은 납치·구금돼 로맨스 사기, 투자·암호화폐 사기 등 복합 온라인 범죄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캄보디아 의도치 않게 국제 사기조직 중심지로 변해"
캄보디아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정했다. 외국인, 특히 중국인 사업가와 조직폭력배들이 느슨한 법률과 부패 구조를 이용해 사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인프라를 통해 진출했으며, 국제 감시단체인 글로벌 반(反)사기 기구(GASO)는 이들의 투자가 경제특구(SEZ)에 집중돼 있다고 보고했다. 이들 '그림자 단지'는 지역 사회를 교란시키고, 탈출 시도자들의 절도·폭행 등 생활범죄를 유발하며, 결국 캄보디아의 국제 이미지와 관광산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2024년에만 20곳의 사기단지에 대한 급습 작전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수백 명의 인신매매 피해자를 구조했다. 하지만 외부의 실질적 지원이 부족해 '계속 물이 새는 바닥을 닦는 것과 같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 범죄의 희생자는 한국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2025년 8월, 캄폿주에서 발견된 20대 한국인 대학생의 시신이 발견된 것. 그는 중국계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사기시설의 두 번째 한국인 희생자였다.
한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에 공식 항의하고, 철저한 수사와 유가족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은 프놈펜 주재 대사관에 단 한 명의 경찰관 파견(경찰무관)만 두고 있어 수사 및 대응에 한계가 있다. 현지 사법권 문제와 일부 부패 의혹도 수사 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쓴 삼 정책분석가는 "이 사건은 캄보디아 당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외국 주도의 범죄조직이 자국 영토를 악용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캄보디아 국민 다수 한국 사랑하고 존경…양국 공조로 비극 막아야"
그는 그러면서 "캄보디아 국민 다수는 여전히 한국에 대해 진심 어린 애정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은 한국'이라고 답했다. 근면, 가족 중심, 빠른 발전 등 공통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랑의 불시착' 같은 K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BTS 콘서트는 순식간에 매진된다고도 했다. 그는 "이러한 '한류(Hallyu)' 열풍은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한국 기업의 투자·기술 이전 등 캄보디아 경제 발전에도 실질적 도움이 되어 왔다"면서 "그러나 지금의 외국발 사이버범죄 위기는 두 나라의 신뢰와 교류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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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삼 분석가는 "한국인 대학생의 비극적 죽음은 중국계 사기조직이 한국 문화를 악용해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 협력, 외교적 영향력, 경제적 지원을 결합한 '한·캄보디아 공조'"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선다면, 양국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고,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아시아 발전의 모범 모델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제 존경은 동맹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 쓰레기통에서 한국인의 시신이 발견되는 비극은 없을 것"이라면서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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