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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딥시크에 가려진 中비자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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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GDP 30% 차지하던 부동산 붕괴
딥시크 등 기술 성장에도 침체 여전
고용 위기 장기화 속 내부 불만 고조

[블룸버그 칼럼]딥시크에 가려진 中비자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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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를 유치하려는 중국 베이징의 시도는 미국의 쇠락을 반기는 이른바 '온라인 애국주의자' 집단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새 취업비자 제도는 온라인상에서 격렬한 반발과 논란을 촉발했다. 이는 중국이 그토록 자랑해온 산업정책의 '가장 취약한 지점(soft underbelly)'을 드러냈다.


지난 10년간 중국이 서방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추진해온 '메이드 인 차이나' 산업 육성 캠페인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로봇·전기차·제약 등 10대 핵심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가 역량을 집중한 결과였다. 특히 올해 1월 '딥시크 모멘트'로 대변되는 기술적 성취는 중국 기술주의 저력을 입증하며 증시를 부양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력만으로는 한때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32%를 차지했던 부동산 산업 붕괴로 생긴 거대한 공백을 메울 수 없다. 지난주 8일간의 연휴가 끝난 가운데 중국 내 위축된 소비심리도 여실히 확인됐다. 여행객들의 지출은 급감했고, 항공편 대신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이 늘었으며, 영화관 매출까지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신규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판 H-1B' 비자로 불리는 K비자를 공개한 시점은 적절하지 않았다. 이 제도의 세부 내용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이후 여행과 소비 회복을 위해 국가들의 입국 제한을 완화하려는 당국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발표된 이 신규 비자는 처음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망의 대상'인 H-1B 비자에 10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990년 도입된 H-1B는 인도계를 중심으로 수백만 외국 전문 인력을 미국으로 끌어들인 핵심 제도였다. 이 발표 이후 인도 언론은 미국이 사실상 문을 닫을 경우 중국의 급성장 중인 기술기업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추측성 보도들을 쏟아냈다.


발표 이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외국인 혐오를 넘어 인종차별적 성향까지 드러나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했다. 그러나 논의가 비난 일색은 아니었다. 온라인 담론은 더욱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러갔고 Z세대를 중심으로 아시아에 확산 중인 '고용 위기'의 심각성을 되새기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카리슈마 바스와니 블룸버그 기자가 표현한 것처럼 '아시아의 충격적인 청년 고용 위기'라는 현실을 재확인시킨 현상이기도 했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로 고용난이 매우 심각하다. 중국의 부동산 기업들은 수년간 '완공 전 선분양(pre-sale)'이라는 단순한 사업 모델을 따랐다. 1990년대 도입된 이 방식은 급속한 도시화로 폭증한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선분양 수익은 부동산 산업의 폭발적 확장을 뒷받침한 주요 재원이었다. 하지만 이 모델은 5년여 전 정부가 과도한 차입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한계에 부딪혔고, 이는 결국 부동산 경기 하락을 이끈 촉매가 됐다.


2021년 초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중국 헝다그룹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을 당시 중국 부동산 산업의 경제 기여도는 미국이 부동산 호황기에 기록한 18%의 두 배에 달했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으로 묶여 있어 부동산 경기 침체는 소비 여력을 위축시켰다. 이를 다른 산업의 성장으로 보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였다.


중국 기술·소비재 대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글로벌 경쟁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내수 확산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채용 확대보다 감원 소식이 더 자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35세 이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에 집중되고 있다.


야오양 상하이재경대 교수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각종 난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은 여전히 중국 경제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중앙정부가 '국가 차원의 매입 팀'을 꾸려 올해만 10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압류주택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미 시작된 부동산 조정 과정이 매우 더디고 고통스러울 것이며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동시에 베이징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자국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비록 과거 부동산 산업처럼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가운데 기술 산업의 GDP 기여도가 완만하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의료·첨단장비를 망라한 중국의 전체 기술산업은 2026년까지 27조위안(약 3조8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GDP의 약 18%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이는 2015~2018년 부동산 산업이 전성기 시절 기록했던 비중보다는 낮은 수치이며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부동산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딥시크의 깜짝 등장은 중국 기술 산업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사건은 증시 랠리를 촉발하고 미국과의 기술전쟁 흐름을 반전시키며 중국 테크 산업 전반에 '쿨하다'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러나 산업 전반의 고용 창출력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청년 구직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K비자 도입은 시기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 수명도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줄리아나 리우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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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China's Visa Uproar Is Part of a DeepSeek Illusion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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