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9월 2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제4세션의 주제는 '혁신기술의 보호와 사법의 역할'였다.
3세션에서는 AI는 보조 도구이며 사법의 본질은 인간에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며, 이어진 4세션에서는 특허·저작권·민사절차 등 구체 영역에서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AI 시대 사법부가 직면한 한계와 원칙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노태악(사법연수원 16기) 대법관은 "이번 세션은 사법부와 IP 법원의 향후 방향성, 그리고 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며 "기술 발전에 발맞추어, 혁신기술을 규범화하고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데 있어 판사와 사법부의 역할을 고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라빈스키 유럽통합특허법원 법원장, "신속한 절차·전문 판사단으로 공정성 확보"
클라우스 그라빈스키 유럽통합특허법원 항소법원장은 유럽특허(EP) 침해소송 절차의 핵심 원칙을 소개하며 "효율성과 집중성을 위해 구두 변론을 하루 안에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송이 △서면 절차 △중간 절차 △구두 절차의 세 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하면서, "사실과 증거는 사전에 모두 제출돼야 하고, 구두 변론에서는 재판부와 당사자가 증인과 전문가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다"며 신속성과 절차적 집중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전문자격판사(TQJs)로 임명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대학 학위와 기술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며, 동시에 특허소송에 적용되는 민법 및 절차법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폭넓은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판사단이 구성됨으로써, 특허분쟁에서 기술적 쟁점이 보다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응우옌 미국 연방 제9항소법원 판사, "중복 소송은 효율성 저해…국제 협력 필요"
재클린 응우옌 미국 연방 제9항소법원 판사는 지식재산 분쟁의 세계화 속에서 "여러 관할에서 동일 사안이 중복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효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국제적 조정과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AI와 관련해 △AI가 저자나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 △저작권 있는 자료 학습이 침해에 해당하는지 △변호사가 AI로 소송 서면을 작성할 수 있는지 등 새로운 법적 쟁점을 제기했다.
송어수 중국 북경지식재산권 법원 부원장, "TIO 제도 고도화로 판결 신뢰성 강화"
송어수 중국 북경지식재산권 법원 부원장은 "전 세계 법원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도전은 사건의 기술적 사실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규명해 사법 판결의 신뢰성과 권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 기술조사관(TIO) 제도 발전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법원은 실무 경험을 기반으로 규칙을 정교화하고 병목을 해소하며, 채용 경로를 넓히고 AI·양자정보 등 신흥 분야에 대한 TIO 교육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TIO는 사건의 기술적 사실을 파악하는 보조 역할을 하지만, 최종 판단과 책임은 판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로 세계 각국 법원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기술적 사실 규명 메커니즘에 대한 상호 학습을 심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혁신 친화적 법적 환경을 마련해 베이징지식재산권법원을 국제적으로 선호되는 분쟁 해결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타카베 마키코 전 일본 재판소장, "디지털 소송 체계로 국민 편의 강화"
타카베 마키코 전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장은 일본 민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2026년 5월까지 민사소송의 전자화가 본격 시행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자소송 △전자사건관리 △전자재판 등 온라인 소송 체계가 도입돼, 소송 효율성과 국민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규현 특허법원장, "사법부, 기술 발전에 맞게 끊임없이 노력"
한규현(사법연수원 20기) 특허법원장은 "세계 최초의 측우기를 만든 세종대왕의 정신은 현재의 IP 보호제도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 사법부는 특허 분쟁에 관하여 효율적인 심리를 할 수 있는 전문법원 및 전담 재판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2016년 고급판사 제도의 시행 △2018년 서울중앙지법과 특허법원의 국제재판부 마련 △2021년 영상재판의 확대 시행 등을 소개하며,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당면한 여러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IP 재판을 이루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법관은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기술 심리관과 기술 조사관 등 내부 기술 전문가와 협업을 하고 있다"며, "복잡한 특허분쟁에 관해 예측가능하고 신속 공정한 재판을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에서도 사법과 기술 간의 조화 노력
토론에서는 '각국의 사법시스템이 현재의 혁신기술 발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새로운 입법 조치나 사법적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한규현 특허법원장은 앞서 발표내용에 더해 IP 재판 제도의 입법적 논의 사항들을 소개했다. 현재 국회에서 △법정 내에서 증인신문 절차 간소화 △전문가 사실 조사제도 △증거자료 보존 명령제도 △관할집중 등에 관해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뜨는 뉴스
송주희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