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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르포]네팔 Z세대의 분노…히말라야 마오이즘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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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르포]네팔 Z세대의 분노…히말라야 마오이즘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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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래킹과 참선으로 유명한 네팔의 카트만두. 그리고 국립 트리부반대학 앞 광장에 학생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마이크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혁명은 진즉 끝났다. 이제 일자리를 달라." 이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1996년 인민전쟁이 시작될 때보다 훨씬 뒤에 태어난 네팔의 Z세대(Gen Z) 청년층은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국이 수립되었다는 정치적 전환보다 "매일 아침 무엇을 먹고 또 어디서 일할지"가 더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선배 마오이스트 정치인들은 이제 청년세대 좌절의 절대적 배경이 되었다.


2025년 9월 초, 네팔 정부가 26개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록을 요구하며 일부를 차단하자 Z세대 중심의 청년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카트만두에서 수천 명이 행진하고 국회의사당, 총리 관저 등 정부 건물에 불이 붙는 등 충돌이 격화되었고, 경찰이 발포하면서 최소 70여명이 사망, 수천 명이 다치는 정치 급변이 일어났다. 결국 현직 총리 샤르마 올리(K.P. Sharma Oli)가 사임하고 과도 정부가 구성되었다.


구르카 용병의 후예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 네팔 청년들은 현대판 '구르카 용병' 역할을 한다. 이들이 한때 영국군에 합류해 전 세계 전장을 누볐듯, 네팔 청년들은 고용허가제(EPS)를 통해 한국의 공장·농업·건설 현장으로 건너온다.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비행기를 타서 먼 땅에 도착한 그들은 땀의 거래자로, 머나먼 가족과 마을의 생계 보루가 된다.


한국에 체류 중인 네팔 국적 주민 수는 6만여명으로 EPS를 통한 입국자 규모가 매년 증가 중이다. 2023년 한 해만 해도 약 2만명의 네팔 노동자가 한국행 허가를 받았고, 지금까지 누적으로 10만명 가까운 청년이 EPS 체계를 통해 한국과 연결됐다. 이들은 매달 가족에게 송금하고, 마을에 도로를 놓고 학교를 세우며, 집을 고치고 자식을 공부시키는 자본의 원천이기도 하다.


[아시아르포]네팔 Z세대의 분노…히말라야 마오이즘의 몰락 네팔 카트만두 시위대. 연합뉴스


네팔은 가난한 아시아 국가다. 2024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1500달러 수준. 높은 실업률(10.7%)이 더 큰 문제다.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20.82%로 교육을 받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숫자는 단순히 "일자리가 없다"는 말 이상이다. 교육을 마쳤음에도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지, 도시와 농촌 사이의 기회 격차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는 선택지가 얼마나 자주 고려되는지를 보여준다.


2008년 왕정이 몰락한 이후 권력은 마오이스트 공산당이 차지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권력자는 총리를 세 번 역임한 푸슈파 카말 다할(일명 프라찬다·Prachanda). 그는 1996년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왕정을 향해 무장 저항을 이끈 인물이다. 그 전쟁은 수많은 희생을 낳았지만 결국 2006년 평화협정으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2008년에는 공화정으로 결실을 보았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이후 마오이스트 지도부는 점점 초기의 급진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권력 유지를 위한 타협의 정치를 택했다. 연방제의 비효율성, 토지 개혁 지연, 소수민족 및 여성 권리 확대가 더딘 것이 그 증거다.


혁명가에서 구태 권력자로

일부 마오이스트들이 잠시 실용주의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당내 지도력 경쟁과 권력 분배에서 프라찬다 중심의 구조와 충돌했다. 이념적 논쟁을 넘어 권력자 중심주의, 지도자 이미지의 상징자본, 그리고 조직 내부 인사의 유불리 배치 등이 분열의 씨앗이 되었다. 왕정 폐지, 공화국 설립, 일부 카스트 차별 철폐, 연방제 도입 등 마오이스트들이 이룬 성과들은 거대하다. 하지만 정부가 '혁명의 영광'을 잃고 현실의 무게에 눌릴수록, 청년들은 약속이 현실이 되지 못한 부분들에 분노한다.


공공 서비스는 낙후되어 있고, 교육비는 비싸졌으며, 의료·교통·전기 등의 기본 인프라 개선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청년들은 한국행 EPS 시험 준비로 시간을 낭비하고, 시험에 떨어지면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떠나야만 살 수 있는 세대"라고 자조한다. 한 대학생 활동가 수무크타 카르키는 이렇게 말한다. "마오이스트들은 왕을 몰아냈지만, 스스로 왕이 되었다."


이들의 분노는 영웅적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을 지탱하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절박한 항의다. 혁명의 언어는 거창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의 언어다.


최근 아시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것은 젊은 세대의 단순한 반정부 감정이 아니라 기성 정치를 향한 강한 불신과 "내 삶의 질 변화"를 요구하는 명확한 목소리다. 필리핀에서는 최근 'September 21' 반부패 시위가 벌어지며 수만 명의 학생과 시민이 정부의 인프라 프로젝트 부정비리와 정치인 특권을 비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학생 주도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며, 교육 및 복지 삭감, 의회의 특권, 청년 고용의 부재가 주요 쟁점이다. 정책보다 입장과 이미지가 앞서는 정치가 불만의 핵심이다.


네팔의 Z세대 항의도 이 지역적 흐름의 일환이다. 정치가 구호와 상징에서 벗어나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기회, 책임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이 흐름은 단발성 폭발이 아니라 지속적 변혁의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히말라야의 산맥은 여전히 장엄하다. 그러나 그 위에 세워졌던 마오이즘의 이상은 지금 젊은이들의 삶 앞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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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아시아비전포럼 사무국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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