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개월 만에 전년 신청 건수 추월
폐업 비용 평균 2188만원…창업 후 빚만 늘어
정부, 내년 예산 25% 증액 대응 나서
소상공인들의 폐업자금 지원 요청이 올해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여기에서 밀려난 이들의 비자발적 창업, 이어지는 줄폐업의 악순환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긴 가운데 올해 폐업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시장 사정이 악화한 터여서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소상공인 폐업을 지원하는 희망리턴패키지의 원스톱폐업지원 가운데 점포철거비 지원 신청 건수는 지난 9일 기준 5만4518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3만247건, 2024년 4만2042건으로 해마다 늘었고, 올해는 2월 사업 공고 이후 불과 7개월여 만에 지난해 전체 건수를 훌쩍 넘어섰다. 단순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3500건에서 올해 680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점포철거비 지원은 폐업을 했거나 폐업 예정인 소상공인이 점포를 철거하고 원상복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보조하는 제도다. 공고 이후 신청이 몰리자 중기부는 지난 5월 1차 추경을 통해 지원 대상을 3만곳에서 4만곳으로 확대했다. 그런데도 3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신청 건수가 이미 이를 웃돌았다. 다만 모든 신청이 곧바로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중기부는 연말까지 예산 집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거 지원 수요의 증가는 소상공인이 현장에서 느끼는 자금 압박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폐업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은 평균 2188만원에 달했다. 이 중 철거비가 518만원으로 직원 퇴직금(562만원)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현장 경영 환경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1995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2023년 98만6487명에서 1만명 이상 증가했고, 폐업률도 같은 기간 9.02%에서 9.04%로 올랐다. 특히 업종별로는 소매업과 음식점업이 전체 폐업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내수 기반 업종의 타격이 컸다. 창업 후 3년을 채 버티지 못하는 사례도 많았다. 폐업자 중 '1년 이상~3년 미만' 영업 후 문을 닫은 비율은 34.3%에 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08만원이다. 지난해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313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송치영 소공연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말이 좋아 사장이지 사실상 최저임금만큼도 못 벌고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요 증가에 대응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내년도 희망리턴패키지 예산은 올해보다 25% 늘어난 3056억원을 배정했다. 아울러 기존 'AI보이스봇'과 '조기경보제도' 운영 방식을 확대·개편해 경영 위기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책을 사전에 안내할 계획이다. 폐업 과정 지원뿐만 아니라 창업·재취업 프로그램도 병행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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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폐업 소상공인이 줄어들 만한 뚜렷한 요인이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며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올해도 폐업 규모가 작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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