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경제연구소 발표
"여신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관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도산하거나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국내 석유화학산업 위기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석유화학단지 소재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여신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자동차·조선과 함께 대표적인 기간산업이며, 에틸렌 생산능력이 1280만t으로 세계 4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정은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조원가가 높아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실적은 급격히 악화됐다. 산업연구원 자료 기준 석유화학 수출액은 2022년 728억달러(약 100조9000억원)에서 2023년 642억달러, 지난해 596억달러로 줄었다. 영업실적도 마찬가지다. 주요 석화업체의 2021년 평균 영업이익은 약 1조원, 영업이익률은 8%에 달했으나, 2022년에는 1500억원 수준(영업이익률 1%대)으로 급감했다. 이어 2023년부터는 적자로 전환해 영업이익률이 -3%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약 2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4%대까지 하락했다.
연구소는 원인으로 ▲공급과잉 심화 ▲원가경쟁력 약화 ▲고부가가치 제품 부족 등을 꼽았다. 중국은 최대 수출시장임에도 생산설비를 자체적으로 확충하면서 수입 의존도를 줄였고, 이로 인해 대중국 수출 대체 시장을 찾지 못했다. 실제 대중국 수출액은 약 200억달러로 전체의 40%에 달한다. 중동 산유국들도 석화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COTC(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통합 공정방식) 공정을 도입해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비산유국으로 NCC 방식에 의존해 가격 경쟁력 개선에 한계가 있고, 제품 역시 범용 에틸렌 위주라 독일·일본처럼 고기능성 수지나 탄소섬유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구조 전환이 더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소는 극심한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렵지만, 정부 대책으로 추가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달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업체별 자구책 마련을 조건으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 사업 재편 확정 전까지 금융기관이 기존 여신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단기 상환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여수·서산·울산)에 입주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지 내 공장 가동률이 역대 최저 수준인 70%에 머물고, 신규 투자와 유지보수 발주가 줄어 협력업체가 도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수 도심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12%에서 올해 2분기 35.1%로 급등해 지역경제 전반에도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지 인근의 임대업·음식업 등 자영업자들의 영업활동도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연구소는 해외 재편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은 민간 주도로 정유·화학 부문을 수직 통합해 종합화학사가 등장했고, 범용 제품 위주 업체는 매각 대금을 신사업에 투자했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소규모 석화설비를 통폐합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