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현지서 이르면 10일 귀국편 비행기 출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근무하다 미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된 우리 국민 300여명의 귀국 일정이 9일 오전까지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한미 장관 협의 결과에 따라 이르면 현지시간 기준 10일 귀국편 비행기가 뜰 수도 있지만 하루 이틀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최대한 빠른 귀국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나, 구금된 인력의 출국 성격 및 향후 미국 재입국 거부 등 불이익 문제가 막판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인 구금사태 해결을 위해 전날 미국으로 급히 출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솔트레이크시티를 경유해 워싱턴 현지 시간으로 8일 밤 12시쯤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9일 오전 중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에 미 국토안보부 등 관계부처 당국자와 만날 가능성도 있다.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현지에 구금된 인력들의 출국 성격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정부는 구금자 중 귀국을 희망하는 인력 전원을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미국의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우리는 법대로 하고 있다"며 "그들은 추방(deported)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목도 결국 한미 장관급 협의를 통해 해결돼야 할 대목이다.
두 번째는 구금자들에 대한 미국 재입국 거부 등 불이익 해소 문제다. 구금자들이 풀려나 무사히 귀국한다고 하더라도 현지 배터리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지 않아 결국 이들이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근무해야 하는데, 이번 구금 사태로 재입국이 거부되면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추방이 아니라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더라도, 이는 불법체류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등에 의한 별도 사면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대미투자를 통해 현지 출장 중인 한국인 근로자를 수갑, 쇠사슬을 동원해 폭압적으로 구금한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에 강력한 항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국회에서 제기됐다. 조 장관은 전날 출국에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이번에 가서 미국 측에 항의성 발언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이고 있다. 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캡처/연합뉴스
근본적으로는 비자 문제의 제도적 해결이 필요하다. 그간 한국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단기 상용 비자(B1)나 여행용 비자(ESTA)를 발급받아 미국 출장을 보내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확대하거나,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비자(E-4)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 장관은 전날 출국길에 취재진을 만나 "이런 문제가 향후에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장기적으로 체제를 바꾸는 것도 미 측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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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비자 문제는 이미 10년 넘게 정부가 추진해왔던 것이어서 이른 시일 내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E-4 비자 신설은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입법 사안이다.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2012년 이래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터(E-4)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을 위해 미 정부, 의회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아웃리치해왔다"면서도 "비자 관련 사안은 미국 내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이민 문제로 분류되면서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3년 미 의회 문제 제기로 자유무역협정(FTA)에 전문직 쿼터가 포함되던 관행이 폐지됐고, 2005년 호주에 대해 별도 입법을 통해 E3 쿼터가 허용된 이후 20년 넘게 추가 입법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만 이 당국자는 "미 현지 대사관·영사관 및 관계부처 등과 함께 우리 기업인들의 비자 및 입국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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