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회수 지연 겹친 아시아 벤처시장
VC·LP, APEC 마켓 세션서 한목소리
세컨더리·표준화 등 연결 해법 모색
아시아 벤처투자 시장은 국경을 넘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벤처투자기관들의 의견이 모였다. 금리 고점과 회수 지연, 지정학 리스크 속에서 각국의 협력이 생존과 성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레베카 슈 홍콩벤처캐피털협회(HKVCA) 회장은 4일 제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열린 '2025 글로벌 벤처투자 서밋'에서 "APEC 지역 벤처투자 시장이 함께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편안하게 느끼는 걸 넘어서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며 "기술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을 굳게 믿는다. 한국 VC가 중국에 가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는데 교류가 부족한 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서밋은 5일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 연계행사로, 글로벌 벤처투자기관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됐다. 전 세계 17개국 77개 해외기관과 60여개 국내 투자기관 등 총 147개 기관이 참여하며 국내 단일 벤처투자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슈 회장은 "중국이 지난 5년간 겪은 위기는 금융이나 부동산 때문이 아니라 신뢰 때문이었다"며 "소비자와 창업자, 투자자 모두 자신감을 잃으면서 자산 저평가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9월 이후 정부가 성장과 소비 촉진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투자는 과거보다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받지만 여전히 글로벌 리더를 낼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레 호앙 우옌 비 베트남사모투자협회(VPCA) 회장은 "베트남 민간자본 투자 규모는 GDP에 한참 못 미치는 23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초기 단계 자금은 있지만 시리즈 B·C 단계로 갈수록 공백이 크다. 정부 지정 전략기술과 창업펀드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국제 협력과 단계별 플레이어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켄 야스나가 일본벤처캐피털협회(JVCA) 글로벌위원장은 "일본 명문대 졸업생의 40%가 스타트업 창업을 택하고 있다"며 "외국인 창업자도 늘어나고, 대학·대기업 스핀오프가 확산하며 정부도 5억달러 펀드를 조성해 연구개발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산업구조가 비슷해 공급망과 고객을 공유하는 협력이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자자(LP) 세션에서는 유동성 문제가 거론됐다. 트로이 르마일 스토벌 테드코(TEDCO)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와 투자기업 모두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회수가 지연되면 후속 라운드 자금이 묶이고 이로 인해 초기 단계에 병목이 생기며 혁신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요크 톱티어캐피털 창업자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LP 자금은 대형 하우스로 쏠리고 중형 매니저가 설 자리는 줄고 있다"며 "세컨더리 시장 확대가 이러한 압력을 풀어주는 유일한 밸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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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들은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다시 기회가 다시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요크 창업자는 "최근 6개월간 헬스케어·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12건의 인수가 있었다"며 "IPO 시장에도 매력적인 기업들이 대기하고 있고, 금리 하락 전환 조짐과 함께 1990년대 중반과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아시아 시장은 중산층이 성장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밸류에이션도 합리적이고 지정학적 이슈 속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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