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메탈전지(Lithium metal battery)를 전기차에 적용하면 배터리 충전 시간은 12분으로 짧아지고 주행가능 거리는 최대 600㎞에서 800㎞로 늘어나게 됩니다. 배터리 수명도 누적 30만㎞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에 리튬메탈전지 적용을 가로막던 '난제'를 해결해 얻은 성과물이다.
리튬메탈전지는 흑연 대신 리튬메탈을 음극 소재로 사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다. 하지만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형성되는 나뭇가지 모양의 리튬 결정체(이하 덴드라이트)는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한다.
국내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리튬메탈 배터리의 전기차 적용을 가능케 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주행·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 전기차 배터리 기술의 새 시대를 여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가 이끄는 프론티어 연구소(Frontier Research Laboratory·이하 FRL) 연구팀이 리튬메탈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응집 억제형 신규 액체 전해액'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프론티어 연구소는 KAIST와 LG에너지솔루션이 차세대 리튬메탈전지 기술 개발을 위해 2021년 설립했다. 연구소장은 김 교수가 맡고 있다.
리튬메탈전지는 리튬이온전지(Lithium-ion battery)의 핵심 재료 중 하나인 흑연 음극을 리튬메탈로 대체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간 리튬메탈은 덴드라이트 문제로 실제 적용이 어려웠다. 덴드라이트는 전지 내 리튬의 전착 과정에서 리튬이온의 적체 현상으로 형성된 수지상 리튬 전착 형상(결정체)을 말한다.
덴드라이트 현상은 급속 충전 때 더욱 두드러져 전지의 내부 단락(short-circuit)을 유발, 급속 충전 조건에서 재충전할 수 있는 리튬메탈전지의 기술 구현을 어렵게 했다.
FRL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메탈의 급속 충전 과정에서 덴드라이트가 형성되는 근본적 원인 규명에 나섰고, 실제 리튬메탈 표면에서 불균일한 계면 응집반응이 덴드라이트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응집 억제형 신규 액체 전해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신규 액체 전해액은 리튬이온과의 결합력이 약한 음이온 구조를 활용해 리튬계면 상의 불균일성을 최소화하고, 급속 충전 과정에서 덴드라이트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 기술은 높은 에너지밀도(Energy Density)를 유지하는 동시에 기존의 리튬메탈전지에서 한계로 지적되던 느린 충전 속도를 극복하게 한다. 무엇보다 장거리 주행거리 확보와 급속 충전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 CTO 김제영 전무는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는 지난 4년간 FRL을 통해 상호 협력해 왔고 이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는 중"이라며 "양측은 앞으로도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적 난제를 해결,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계면 구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리튬메탈전지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연구를 통해 리튬메탈전지를 전기차에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문제가 해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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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권혁진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전날(3일)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도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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