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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K팝의 국적과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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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K팝의 국적과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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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에 최소한 한 번은 들어야 하는 노래가 생겼다.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로 나온 노래 '골든(Golden)'이다. 영화는 넷플릭스 역대 영화 흥행 순위에서 드디어 1위까지 올랐다. 지식재산권(IP) 가치가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도 있다.


영화는 K팝 아이돌 그룹을 주인공으로 삼아 한국적 이미지와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제작은 미국의 소니 픽처스, 배급과 투자는 넷플릭스가 맡았다. OST 앨범은 유니버설뮤직 산하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에서 나왔다.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침 세계 IP 시장 상위 50대 기업에 한국은 하나도 없다는 발표도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콘텐츠 확보와 플랫폼 강화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우리 나름의 정책적 지원은 필요하겠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제안한 것처럼 국가적 '슈퍼 IP 전략'을 통해 IP를 원천으로 웹툰과 게임, 드라마, 공연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세계적인 규모의 성공이란 어느 나라에서 시작됐든 글로벌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 잡는 일이다. 우리가 만든 K팝이지만 세계화되면 될수록 우리의 '소유권'은 줄어든다. 현재 K팝 같은 콘텐츠의 제작이나 투자와 유통 과정은 국경을 넘어 이뤄진다. 사실 세계적인 성취는 그래야 가능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많은 소재를 가져왔지만 할리우드 스타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의 자본과 플랫폼을 활용하지 못했다면 시작부터 어려웠을 것이다.


BTS를 있게 만든 대표적인 히트곡 'Dynamite'를 작곡한 사람은 영국의 음악 프로듀서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였다. 장르를 불문하고 콘텐츠가 세계적인 규모로 성공하는 것은 한국적 특수성을 갖지만 동시에 다양한 문화적 요소의 혼합을 통해 새롭게 다시 창조한 결과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일본의 만화가 원작이다. 배우 송강호가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탄 영화 '브로커'의 감독은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였다. 작품상을 포함해 6개 부문에서 토니상을 받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리나라의 박천휴 작사가와 미국인 작곡가 윌 애런슨(Will Aronson)이 공동으로 만든 작품이다. 제작사와 투자금의 출처로 콘텐츠의 국적을 따지는 일은 현실적이지 않다. 세계적인 규모의 성취를 바란다면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상장 기업 41개는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다. 현대자동차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한다. 태권도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국기(國技)지만,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에 걸려있는 금메달 8개 중에 우리나라는 2개를 차지했을 뿐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이 아예 없었다. 세계화의 대가다.


문화적 경계를 넘는 융합의 결과로 K의 공간은 확대되었지만, 의미와 정체성은 달라졌다. 어떤 콘텐츠든 세계적인 성공은 글로벌 자본과 플랫폼, 그리고 재능이 결합해야 가능하다. 정부가 지원한다고 넷플릭스나 구글, 또는 세계 1위의 IP 보유기업인 디즈니가 갑자기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도 우리 나름의 투자 환경 개선도 모두 필요하다. 그게 현실이다. 물론 제작사와 플랫폼 간에 권리의 적절한 공유를 위해 공정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하고 그건 상대가 글로벌 플랫폼이 아니어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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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경제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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