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C도입 자본시장법 27일 국회 통과
내년 3월 시행…유망 비상장기업 쉽게 투자
금전 차입 허용, 투자자 보호 장치 포함돼
벤처·혁신기업은 투자 유치 기회 늘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도입이 국내에서 처음 논의된 지 6년 만에 현실화됐다. BDC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 자금을 모집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집합투자기구(펀드)를 말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토스, 두나무와 같은 유망 비상장 벤처·스타트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고, 벤처·혁신기업들은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자산 60% 이상 벤처투자해야
지난 27일 BDC 도입 근거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혁신기업 등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인 BDC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만기 5년 이상 동안 투자금을 찾을 수 없는 환매금지형으로 운용한다는 점도 규정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법률 공포 6개월 후인 내년 3월쯤 시행될 예정이다.
세부 기준을 담은 시행령 안에 따르면 벤처·혁신기업 투자 비율은 60% 이상이며, 투자대상에는 비상장기업, 코스닥 상장사, 벤처투자조합·신기술투자조합·창업벤처전문사모 지분 등이 포함된다. 운용 안전성을 위해 동일 기업에 대해 주식 10%, 증권과 대출 각 10%까지, 각 투자대상기업이 발행한 주식 총수의 최대 50%까지(공모펀드 10%까지) 투자할 수 있다.
기존에 불가능했던 금전 차입은 일부 허용했다. BDC는 한 번 만들면 돈을 추가로 넣기 어려운 '폐쇄형' 공모펀드기 때문에 기업이 중간에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추가 조달하기가 어렵다. 앞서 BDC 총자산의 100%까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투자자 피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BDC가 기업 성장단계까지 지원하는 투자기구 역할을 못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행령 안에 따르면 전체 투자 금액의 40% 이내로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대출이 허용된다.
이에 대해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100% 차입을 허용할 경우 무리한 투자가 이뤄져 일반 투자자 손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벤처기업의 성장 자금 조달이 수월해진다는 측면에서 일부라도 차입을 허용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투자자 보호 장치도 포함됐다. BDC 운용 주체는 책임 투자 차원에서 5%의 시딩 투자 의무가 있다. 또 연 1회 이상 펀드 분기별 공정가치 평가, 벤처·혁신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한 외부 평가, 주요 경영사항 공시 의무화 등이 이뤄진다.
운용 주체로는 공모 자산운용사 외에도 벤처캐피털(VC) 등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증권사는 고유계정과 고객 자산 간 운용·판매 과정에서의 이해상충 소지로 우선 인가대상에서 제외된다.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되나
개미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린다. 증권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펀드 지분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해 환금성이 크게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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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업계에서는 민간 자금의 유입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은 각 성장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지만, 국내 VC는 펀드당 운용 규모가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해 개별 투자액이 통상 10억~20억원 범위 내에서 제한됐다. 그나마 운용 규모가 큰 일반 사모펀드(PEF)에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번 BDC 도입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초기와 후기 단계 사이의 '투자 공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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