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다수의 산업 협력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원전으로 꼽았다.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 개정 논의가 협상 테이블 위에 있어, 저가 매수 접근 기회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28일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123협정 개정 논의에서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전면 개정보다는 미국 내 농축 참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123 협정'은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가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때 적용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미 원자력법 123조에 근간을 두고 있어 '123 협정'으로 불린다. 이로 인해 한국은 세계적 건설·운영 능력을 갖추고도 연료주기 단계에서 자율성이 없어 해외 원전 수출에서 '풀 패키지'(건설·운영 + 연료공급 + 사용후핵연료 관리)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박 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미국 내 농축 시설에 투자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JV) 형태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 경우 기술을 직접 들여오지 않고도 생산물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미국 역시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확충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내 농축 참여 모델이 허용될 경우 원전 밸류체인 전반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가장 뚜렷한 수혜는 기자재 업체로 봤다.
그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표적으로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터빈 등 핵심 설비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이미 구축된 대규모 설비 인프라 덕분에 발주가 늘어나면 실적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다음은 운영정비(O&M) 영역으로 한전KPS가 대표 플레이어다"라면서 "연료주기 안정성이 확보되면 해외 원전 발주가 늘어날 뿐 아니라 장기적인 정비 수요도 함께 확대된다. 안정적인 중장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협정 개정 여부는 불투명하나 원전의 구조적 성장 모멘텀은 유효하다. 조정 국면에서 저가 매수 접근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원전 업종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협정을 전면 개정해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에 일본에 허용했던 전례가 있지만, 북한 변수 탓에 동일한 예외를 줄 여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내 농축 참여 모델이라면 양국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다고 박 연구원은 봤다. 그는 "한국은 건설·운영 역량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지만 연료주기 경쟁력이 부족해 패키지 제공 매력이 경쟁국 대비 떨어진다"면서 "미국은 농축 분야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지만 수십 년간 투자 부재로 원자력발전 인프라 자체가 약화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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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협정 개정의 전면 허용이 아니더라도 미국 내 합작·투자 참여라는 절충안은 양국 모두에 실질적 이익을 줄 수 있다"면서 "한국은 수출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고 미국은 산업 회생과 동맹 결속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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