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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로빈슨 "유교문화·독재국가·재벌…악조건에도 韓경제 성장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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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바라본 韓 경제성장의 이유
"박정희 전 대통령, 독재자이지만 경제개발에 집착"
"정치적으로도 민주화되면서 성장 가속화"
"가족 소유 재벌기업, 유교적 질서…자본주의 혼란 다루는데 효과적 작동"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9일 한국 경제가 권위주의 체제 국가와 유교 문화, 가족 소유 재벌기업 구조에서도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짚었다. 정치적으로는 권위적이었지만 포용적 경제 제도를 택했고, 유교적 질서가 오히려 자본주의 도입의 혼란을 다루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제임스 로빈슨 "유교문화·독재국가·재벌…악조건에도 韓경제 성장한 이유는"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왼쪽)가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 참석해 네이선 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와 대담을 갖고 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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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 참석해 네이선 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와 대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경제 발전와 정치·문화 제도의 연관성을 연구한 학자로, '제도경제학'의 권위자로 평가된다. 2012년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썼다.


로빈슨 교수는 "북한은 착취적인 경제·정치제도를 가진 반면, 한국은 비교적 포용적"이라며 남북한 경제 차이는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초기 경제성장이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도 이뤄진 점이 흥미롭다"며 "정치적으로는 착취적이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이유로 경제 발전에 완전히 집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봤다.


기존 사회과학 연구들에 따르면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 아래서는 경제가 크게 발전하기 어렵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이유로 독재 권력을 경제 성장에 집중하면서 포용적인 경제 제도를 다수 받아들였고, 그 결과 이례적으로 경제 성공을 이뤄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빈슨 교수는 "포용적인 정치제도 없이는 포용적인 경제를 지속할 수 없다"며 "한국은 정치적으로도 결국 민주화됐고, 이미 성장이 빨랐지만 민주화 이후 경제성장이 더욱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승만 정부가 1950년대에 단행한 농지 개혁 역시 한국의 사회적 이동성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로빈슨 교수는 "일본인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고 재분배한 것이 포용성의 기초를 닦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기반 위에서 엄청난 사회적 이동성과 기회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사례를 예로 들며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거의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놀라운 사회적 상승을 이뤘다"며 "포용적 제도의 산물"이라고 덧붙였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유교문화에 대해서도 "유교 사회가 자본을 창출하는데는 능숙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일단 누군가가 자본주의를 발명하면 유교의 질서있는 방식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다루는데는 훨씬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제발전 경험은 다른 성공방식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가족 소유 재벌기업과 아프리카의 사례를 비교해 이러한 관점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동아시아 문화는 조상 숭배, 가족 중시 등에서 아프리카와 유사한 점이 많다"며 "막스 베버는 이런 전통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못한다고 봤지만 결과적으로는 틀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에서의 일반적인 통념은 가족 기업 중심 체제가 항상 덜 생산적이라는 것인데, 한국의 재벌처럼 오히려 잘 작동한 예도 있다"고 지적했다.


로빈슨 교수는 향후 20~30년 간 크게 발전할 국가로 나이지리아를 주목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연 10% 성장할 수 있는 나라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이지리아"라고 말했다. 이어 "나이지리아는 엄청난 에너지와 기업가 정신, 그리고 많은 재능이 있지만 (현재는)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도 "모든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언제 밀어붙여야 하는지를 알아 경제를 발전시킨 중국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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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교수는 "나이지리아는 2050년 인구수가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나라가 될 것"이라며 "유엔 예측에 따르면 2100년이면 세계 인구의 40%가 아프리카인이 된다. 이 40%의 사람들이 번영하지 않는다면 세계가 어떻게 번영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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