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거리 신문 판매원에 공로 훈장
50년 넘게 파리에서 르몽드 팔아온 아크바르
"사람들에게 기쁨 주기 위해 신문 팔아와"
프랑스 파리의 마지막 '거리 신문 판매원'이 대통령 훈장을 받는다. 연합뉴스는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를 인용해 "파키스탄 출신 알리 아크바르(73)가 다음 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국가 공로 훈장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1970년대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아크바르는 생제르맹데프레 거리에서 50년 넘게 신문을 팔았다. 하루 평균 약 13㎞를 걸어 다니는 그의 판매 구역엔 문학 카페인 카페 드 플로르와 레 되 마고 등이 있다. 이 카페들은 과거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알베르 카뮈,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스카 와일드 등 유명 지식인·예술인이 단골이었다. 그는 "당시에는 어디에나 출판사와 작가, 배우와 음악가들이 있었고, 그곳에는 영혼이 있었다"며 "지금은 그냥 관광 도시다.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회상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과거 그의 고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크바르는 "(마크롱 대통령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학생이었을 때 내게 커피나 레드와인 한 잔을 사주곤 했다"고 밝혔다. 이어 "1973년 이곳에서 시작했을 때 35~40명의 노점상이 있었다. 지금은 나 혼자"라며 "이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됐고, 사람들은 휴대폰과 상담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판매한 신문은 1면에 교황 풍자 기사를 실은 주간지인 샤를리 에브도였다. 당시 프랑스어를 몰랐던 그에게 한 학생이 1면 표지를 영어로 번역해 알려주자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는 "내 나라에서는 이슬람에 대해 한마디만 해도 죽일 수 있으니까 두려웠다"며 "(풍자 기사를) 보고 '이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아크바르는 신문 가판대에서 르 몽드를 산 뒤 이를 재판매한다. 판매가의 절반이 수익인데 하루 60유로(약 9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일을 시작했을 땐 한 시간 만에 르 몽드 신문 80부를 팔 수 있었다"며 "지금은 10시간을 일해도 30부밖에 팔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양길에 접어든 사업에 계속 남은 이유에 대해서는 "남 밑에서 일하지 않고 스스로 주인이 되고 싶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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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50년 넘게 같은 곳에서 신문을 팔면서 특유의 유머 감각과 친절한 성격으로 동네 유명 인사가 됐다. 현재 최소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는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기쁨을 위해 신문을 판다"며 "사람들이 기쁨 속에서 살 수 있도록 웃게 만드는 걸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나는 자유를 사랑한다. 누구도 내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파키스탄에서는 잔인하게 착취당했다. 그래서 다시는 착취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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