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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예상된 죽음이 반복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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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예상된 죽음이 반복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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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주가 '예상된 죽음'으로 얼룩졌다. 지난달 말 스토킹과 교제 폭력이 살인으로 번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달 26일 의정부에서는 6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했고, 28일 울산에서는 30대 남성이 스토킹 대상 여성을 흉기로 공격해 중상을 입혔다. 불과 하루 뒤인 29일 대전에서 또 다른 20대 남성이 전 연인을 살해했다.


2021년 10월 오랜 사회적 분노와 논쟁 끝에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강화를 약속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이제는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도 '스토킹 살인'은 뉴스의 단골 제목이다. 법은 존재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스토킹처벌법은 지속적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고 징역형과 접근 금지 명령 등 제재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 실체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가해자가 접근 금지를 여러 차례 어겨도 실질적 처벌은 벌금형 수준에 그친다. 경찰은 '법리 판단 필요' '증거 부족'을 이유로 개입을 미루고 피해자는 홀로 공포를 견뎌야 한다. 법은 존재하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종이 위의 장치'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법을 사실상 무력화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가해자는 법적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가해자의 협박과 회유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합의하지 않으면 더 큰 보복이 온다"는 두려움에 처벌불원의사를 내고, 사건은 종결되거나 형량이 줄어든다.


스토킹은 예고 없는 우발범죄가 아니다. 지속적 접근, 협박성 메시지, 온라인 감시 등 분명한 경고 신호가 반복된다. 그러나 법은 '사후 대응'에 머문다. 폭력이 자행된 뒤에야 움직이고, 죽음 뒤에야 처벌만 남는다. '살인을 막는 법'이 아닌 '살인을 기록하는 법'이라면 그 법은 이미 실패했다.


이제는 실효성 있는 법으로 바꿔야 한다. 반의사불벌죄는 폐지하거나 최소한 중대 위협이 확인된 사건에는 적용을 차단해야 한다. 접근 금지 명령을 위반하면 즉각 구속하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경찰·검찰·법원은 사건의 위험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살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고 피해자에게 신변 보호, 임시 숙소 제공, 가해자 격리 등 실질적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피해자가 법적 절차를 밟으면서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사회는 법치가 아니다.


사회적 인식도 근본부터 변해야 한다. 스토킹을 '집착'이나 '사랑의 표현'으로 여기는 왜곡된 시선은 여전히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든다. 신고해도 "연인 사이에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는 말을 들어야 하는 현실은 폭력을 사소화하고 범죄를 방치한다. 스토킹은 명백한 폭력이며 언제든 살인으로 비화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법적 처벌과 사회적 경각심이 동시에 강화되지 않으면 어떤 법을 만들어도 또 다른 참사는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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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수많은 희생 끝에 만들어진 스토킹처벌법은 최소한의 안전망이었지만 작동하지 않고 있다. 법이 사람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법은 더 이상 법이라 부를 수 없다. 반복되는 참사 속에서 국회와 정부, 사법기관은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다음 피해자의 이름이 뉴스에 오르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도, 그리고 그다음에도 이 사회는 예상된 죽음을 막지 못한 공범으로 남을 것이다.




유병돈 사회부 사건팀장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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