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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만 강조된 첨단재생의료…임상근거 없는 '비급여' 실험대상 된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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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재생의료가 실손보험 재정 적자를 심화시키는 복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줄기세포 무릎주사 등 최근 과잉진료 논란을 야기한 신의료기술처럼 비급여인 첨단재생의료도 병원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를 통해 치료계획과 비용 등을 심사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정안 시행 6개월이 지난 현시점에도 아직 적정가격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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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료에 가려진 실손 구멍]

③환자 건강 위협하는 첨단재생의료…'비급여 장사' 큰 장 열렸다
첨단재생의료기관 지정 대행 브로커까지 등장
"제약사의 임상비용을 환자에게 전가"…"제2의 인보사 사태 우려"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도 무용지물

첨단재생의료가 실손보험 재정 적자를 심화시키는 복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임상적 근거를 쌓지도 않은 각종 비급여 치료들이 의료현장에 대거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 발표된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새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만 강조된 첨단재생의료…임상근거 없는 '비급여' 실험대상 된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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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만 있고 '국민건강'은 소외된 첨단재생의료…"제2의 인보사 사태 올 수도"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중증·희귀·난치 질환자들이 일본에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러 원정을 떠나는 사례가 많아졌다. 1회당 800만원에 달하는 주사를 맞으러 일 년에만 약 3만명이 해외로 나갔다. 의료계에서는 2005년 이른바 '황우석 사태' 사태 이후 국내 줄기세포 치료 관련 규제가 엄격해져 환자들이 의료비를 해외에서 쓴다며 개혁을 요구해왔다. 윤석열 정부 당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와의 갈등국면에서도 관련 법안이 추진됐다. 이에 지난 2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첨단재생치료 대중화의 길이 열렸다.


첨단재생의료는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을 회복하거나 유지·개선하는 의료기술이다. 줄기세포치료·면역세포치료·유전자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첨생법 개정안은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대상 범위를 기존 중증·희귀·난치 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했다.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임상 연구단계에서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없이도 중증·희귀·난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으로 원정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치료받은 뒤 실손보험으로 비용 처리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줄기세포 무릎주사 등 최근 과잉진료 논란을 야기한 신의료기술처럼 비급여인 첨단재생의료도 병원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를 통해 치료계획과 비용 등을 심사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정안 시행 6개월이 지난 현시점에도 아직 적정가격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심의위에 첨단재생의료계 인사들이 대거 들어가 있어 제대로 된 심사를 할지 의문"이라며 "이해당사자들의 허술한 심의로 큰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인보사 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혁신'만 강조된 첨단재생의료…임상근거 없는 '비급여' 실험대상 된 환자들
너도나도 '첨단재생' 인증…전문 브로커까지 등장

현재 의원·병원·한방병원 등 의료기관들은 제도적 공백의 틈을 비집고 첨단재생의료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첨단재생의료 행위를 하려면 보건복지부로부터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한다. 지난 5월 기준 지정 기관은 141곳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30여곳씩 지정받다가 올해엔 5개월 만에 30여곳이 늘었다. 의료기관별 현황을 보면 종합병원(46곳)·상급종합병원(44곳)·의원(28곳)·병원(23곳) 순으로 많았다. 성형외과·피부과·한방병원 등도 적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서울(60곳)·경기(29곳)·부산(13곳)·인천(10곳) 등 주로 수도권에 집중됐다.


벌써 컨설팅을 가장한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블로그나 의료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첨단재생의료기관 지정을 대행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주겠다는 광고글이 넘쳐난다. 한 블로그에서는 첨단재생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 '고수익 비급여 진료모델 확장' '정부 인증기관으로서의 신뢰도 상승과 브랜딩 강화' '외국인 환자 유치' 등이 가능하다고 유혹했다. 그러면서 시설·장비·인력 등 세부요건을 맞추는 방법과 서류준비 절차를 도와주겠다고 홍보했다.


'혁신'만 강조된 첨단재생의료…임상근거 없는 '비급여' 실험대상 된 환자들

'혁신'만 강조된 첨단재생의료…임상근거 없는 '비급여' 실험대상 된 환자들


의료계를 포함해 다수의 전문가는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과 장비, 의약품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는 제약사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임상 3상까지 안전성과 유효성을 테스트해야 하지만 첨생법 개정안은 이 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기획국장은 "첨단재생의료 대부분은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직접 배양하고 조작하는 과정을 거쳐서 몸에 투입하기 때문에 훨씬 위험한데 이를 고려한 안전성 심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첨단재생치료 관련으로 허가된 국내개발 세포치료제는 대체로 검증이 부실해 모두 임상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중증·희귀·난치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하지만 임상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의료기술들이 대거 쏟아지면 이들의 건강은 더욱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이미 첨단재생의료기관들이 '최신기술'을 앞세워 골수 무릎주사, 카티스템, 이뮨셀, 자가골수 줄기세포치료 등 첨단재생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가격은 의료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로부터 건당 보험금 청구비용을 입수한 결과 골수 무릎주사는 200만~1500만원, 카티스템은 570만~3200만원, 이뮨셀은 8만~1100만원, 자가골수 줄기세포치료는 2만~1500만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첨단재생의료기관(병원급)은 골수암 환자의 골수를 채취해 무릎주사를 시술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수도권 소재 B첨단재생의료기관은(의원급) 카티스템을 시술하면서 적응증과 결손면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입원을 유도해 의료비를 과잉 청구했다.


난치환자를 정의하는 관련법 부재로 다양한 '실손 구멍'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중증질환은 국민건강보험법, 희귀질환은 희귀질환관리법 등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난치질환은 단일법령이 없고 분류상 개념도 모호하다. 한 보험사 장기보상담당자는 "중증·희귀질환은 환자가 검증된 첨단재생치료를 받고 실손보험을 통해 비용을 보장받으면 보험사 입장에서도 뿌듯한 일"이라며 "하지만 비염·무좀·아토피처럼 비교적 보편적인 난치성질환을 첨단재생의료와 엮어 미용시술 등으로 악용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비급여·실손 개혁안도 무용지물…비급여 확산 사실상 손 놓은 정부

윤석열 정부 당시 운영되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과 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비급여·실손 개혁안을 발표했다. 비급여 개혁안은 도수치료나 영양주사처럼 논란이 있는 일부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실손 개혁안은 급여 외래진료의 실손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하고 비급여 치료는 중증·비중증을 구분해 보장을 차등화하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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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비급여·실손 개혁안이 첨생법 개정안과 선진입의료기술 확대 등으로 의료현장에 쏟아지는 비급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개혁안 발표 이후 지난 5월 비급여 관리를 위한 '비급여관리 정책협의체'가 출범했지만 새 정부 들어서는 아직 논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5세대 실손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연말께 출시될 예정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선택형 특약'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개혁안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비급여·실손 개혁안이 시행되더라도 첨단재생의료와 선진입의료기술 확대에 따른 비급여 남용 문제를 사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첨단의료기술 적용에 관한 보건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고 의료수가도 통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신의료기술과 첨단재생의료 등 최첨단의료기술의 빠른 현장도입이 의료계 화두다. 줄기세포·유전자·인공지능(AI) 등 기술발달로 희귀·중증·난치 질환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정부도 제도 도입을 통해 의료현장의 접근성을 대폭 높이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일부 의료기관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내세워 고가 치료를 유도하거나, 실손보험 청구를 부추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환자는 낫고 싶다는 절박함에 최첨단의료기술을 선택하지만, 그 뒤엔 의료비 과잉청구와 보험재정 악화라는 부작용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선량한 다수의 보험료를 올리는 부작용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도 이런 문제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아시아경제는 최첨단의료기술을 둘러싼 의료현장의 실상을 짚어보고 해법도 모색했다.
'혁신'만 강조된 첨단재생의료…임상근거 없는 '비급여' 실험대상 된 환자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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